충격 부위 따라 좌석 안전도 여부 달라져
노약자 등 우선 탈출… 비상구 강점 없어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충돌 사고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항공기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번 사고 여파로 ‘비행 공포증’을 호소하며 해외여행 취소 여부까지 고민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월등히 사고율이 낮고, 당국이 엄격하게 안전 관리를 하고 있는 만큼 항공기 탑승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항공 사고 예방과 안전한 운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기준·권고사항을 반영한 안전 법규를 제정해 항공기 운항 승인과 안전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법 등 관련법에 따라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국내외 주요 항공사의 안전도 정보와 함께 안전 동향과 관리 계획까지 망라한 항공안전백서를 매년 발간해왔다. 지난 10월 발간된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항공기 안전사고 발생률은 100만 운항횟수 당 4.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2.1건으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국적항공사 기준 최근 5년간 항공기 사고 9건 중 6건은 난기류로 인한 부상 사고였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항공 사고는 언제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지만, 대비할 수 있는 요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의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기 사고에서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전벨트 착용’이다. 안전벨트는 기내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막아 승객이 받게 될 충격을 줄여줄 수 있다.
ETSC는 예기치 못한 충격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브레이스 포지션’(Brace Position)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손을 깍지 낀 상태로 머리 뒷부분을 감싸고 팔뚝을 앞 좌석 등받이에 붙이는 자세가 기본이다. 앞좌석이 없거나 너무 멀 경우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싼 뒤 머리를 무릎에 댄다.
더미(실험용 인체)를 활용한 실험에서 정자세로 앉아있던 더미는 앞좌석에 부딪혀 머리 부위가 크게 손상된 반면, 브레이스 포지션을 취한 경우 발목 골절의 위험성은 있지만 뇌진탕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항공기 불시착에는 화재 사건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90초 이내에 기내에서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ETSC는 설명했다.
기내에서는 되도록 과도한 음주는 피한 상태로 미리 신발을 신고, 착륙 지점의 외부 온도차를 버틸 수 있는 복장도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 탑승 초반 승무원의 안전 시연을 통해 구명조끼와 산소마스크 작동법 등을 숙지하고, 비상구의 위치도 파악해두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항공기 좌석은 후미의 중간 부분이 가장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기내안전연구기술단(CSRTG)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20년까지 사망자와 생존자가 혼재한 항공기 사고를 분석한 결과, 앞쪽 좌석의 사망률은 38%, 중간 구역의 좌석은 39%로 집계됐다. 항공기 뒤쪽 좌석의 승객 사망률은 32%로 조금 더 낮았다. 특히 뒤쪽 중에서도 가운데 좌석의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에서 생존한 승무원 2명도 착륙 시 비행기 후미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후미 부분이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폭발 화재에서 벗어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사고 유형이나 위치에 따라 충격과 피해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좌석을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항공기의 앞부분이 충돌할 때는 후미 좌석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지만, 항공기 꼬리 부분이 먼저 닿는 사고일 때는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민간항공관리국(CAA)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항공기 앞쪽의 생존확률(65%)이 뒤쪽(53%)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상구에 가까울수록 탈출이 쉬울 것이란 생각에 비상구 주변 좌석을 선호하는 승객도 있지만, 비상구 주변 좌석의 생존률에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사고 이후 충돌 부위에 따라 비상구를 열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하고, 비상구를 열 때도 승무원의 주도 아래 비상대피 도구를 설치한 이후 노약자나 어린이 동반 승객이 우선 탈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항공기는 생각보다 안전하다.
미국 국가안전위원회(NSC)에 따르면 항공기 탑승자의 사망률은 8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1017분의 1)은 물론, 자전거 사고 사망률(34만분의 1)보다 월등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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