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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그 돌은 작은 모래 한알로부터 자라났다
눈물이라는
모래 한알로부터

살다보면 틀림없이 닥치는 어느날
서둘러 눈물을 닦아 말려버리지 않고
머리와 심장 사이에 눈물의 대장간을 만든 이들이
그 돌을 가지고 있다

거래를 위한 셈법이 없는 문장들로
눈물을 벼려 담금질한 이들만이
투명하게 빛나는 돌을
손안에 쥔다

자신과 세상을 지킬 눈물의 돌
체념으로 증발하지 않는
아름다운 모서리를 가진 돌을

벌써 12월의 끝. 한 해가 이렇게 또 저물고 있다. 벌써, 벌써, 하면서. 더러는 기쁜 일도 있었으나, 힘겹고 아픈 일이 많았다. ‘눈물의 해’라고 이름 붙여도 될는지. 되짚어 보자면 누구나 몇 가지쯤 슬픈 일을 떠올리겠지. 열두 개의 컵이 있다면 적어도 한두 컵 정도는 으레 눈물로 채워지는 게 아닐까. 다행히 시는 일러준다. 서둘러 그 눈물의 컵을 비우고 닦아 말려버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도리어 눈물의 힘으로 새로 올 시간을 살아낼 수도 있다고 한다. 오래 들여다보고 만져도 본 눈물은 조금씩 굳어져 작은 돌멩이 같은 게 되기도 하는지. 힘이 들 때면 불끈 주먹을 쥐듯이 손안 가득 단단한 눈물을 쥐어볼 수도 있는지. “눈물을 벼려 담금질한 이들만이 투명하게 빛나는 돌을 손안에 쥔다” 하는 근사한 말을 믿어 보기로 한다.

 

31이니 1이니 하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다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약속처럼 묵묵히 지켜나가는 사이 “눈물의 대장간”은 조금씩 지어질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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