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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의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싶어요. ” 시낭송 앨범 보급운동을 펼치는 국혜숙씨

입력 : 2024-12-31 14:21:20 수정 : 2024-12-31 19: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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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요양시설 등에서 시낭송 봉사
“시를 통한 힐링과 치유 효과” 확인
재외한국인 대상 시낭송앨범 보급에 나서
“우리말, 우리 시의 매력 전하고파”

20년 동안 요양원과 장애인 시설 등을 다니며 ‘시낭송힐링 콘서트’를 해온 시낭송가 국혜숙씨가 국내 대표 명시를 담은 시낭송 앨범 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씨는 지난 9월부터 자비를 들여 시낭송앨범 ’청산도’를 논산 센뽈요양원 등 국내 복지관과 요양시설에 보내고 있다. 세명대와 배재대 한국어 교수에게도 발송하고 국제PEN한국본부 주최 제10회 세계 한글작가대회에 참가한 15개 나라 외국 유학생들에게 시낭송 앨범을 전했다. 멀리는 미국 필라델피아 한국학교와 한인봉사단체에도 보냈다.

 

국내 대표적인 시낭송가인 국혜숙씨가 재외한국인에게 보낼 시낭송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최근에는 김시천의 ‘안부‘, 이근배의 ‘노래여 노래여’ 등 국내 대표적인 명시 34편을 담은 새로운 ‘한국 명시 낭송 앨범’을 만들어 우리나라 시를 좋아하는 국내외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들과 재외한국인 교사들에게 보내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의 시낭송 보급 운동에는 신달자 오세영 유자효 나태주 시인 등 국내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시낭송 앨범 제작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가 하면 우리 시낭송 앨범을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내외 교수들에게 전하면 우리 시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씨는 새해부터는 외국인을 지도하는 국내외 한국어과 교수와 재외 한국학교 교사의 신청을 받아 본격적으로 시낭송 앨범을 보급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가 시낭송앨범 보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다. 당시 코로나로 불안하고 답답해하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낭송 음원을 만들어 주변인들에 보냈는데, 많은 이들이 “큰 위로가 됐다”며 문자를 보내오는 등 반응이 좋았다. 시낭송가로서 보람이 커 시낭송앨범 보내기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시는 그냥 눈으로 읽기보다는 소리 내어 낭송하고 들을 때 확실히 시의 느낌이 제대로 전해지고 운율의 맛이 살아나는 낭송문학”이라고 말한다. 시낭송은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 낭송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이들도 많고 경연도 곳곳에서 활발히 개최되는 등 시 낭송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대표 시낭송가인 국씨는 지난 2006년에 봉사모임인 '아름다운 리더들의 모임'을 결성해 추석이나 설에 병원과 요양원,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해 시낭송힐링 콘서트를 해왔다. 지금까지 콘서트 횟수가 300회가 넘는다. 그는 “시는 운율을 가진 장르로서 육성으로 시적 감동을 살릴 때 청각적 아름다움은 배가 되어 정서 함양은 물론 치유의 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국혜숙씨가 서울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 시낭송 앨범을 기증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시낭송의 ‘놀라운 효과’는 이러하다. “10여 년 전 치매 남편을 돌보는 한 할머니를 찾아가 시낭송을 한 적이 있어요. 남 보기가 부끄러워 집안에 사람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그 할머니에게 대문 앞으로 잠깐만 나오시라고 했지요. 나태주 시인에게 부탁하여 받은 '행복' 시화(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을 복사해  액자에 넣고, 생활물품과 식료품을 드리고 여러 편의 시를 낭송했어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였지요. 주위에는 동네 분들도 구경했는데 아무 감흥이 없던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제 손을 잡으며 고맙다며 어깨를 들썩이셨지요. '내가 왜 이러지' 하시면서 가슴에 쌓였던 슬픔을 쏟았어요.”

 

그는 또 다른 사례도 들려줬다. “14년간 꼼짝 못 하고 누워있던 90세 할머니의 간곡한 요청에 시낭송 콘서트를 열었어요.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가만히 들으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상반신을 일으키더니 혼신을 다해 '엄마 ,엄마~' 라고 외쳤어요. 시낭송의 치유와 힐링효과가 아니겠어요.”

 

그는 “시 낭송은 노래에 가사와 곡이 있듯, 시인이 쓴 글에 음률을 넣어 글이 소리가 되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묘한 매력이 있다”며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들려주는 시낭송인의 삶이 하루하루 보람되고 즐겁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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