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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활주로 연장 2023년 완료’ 계획, 예산 문제로 2년이나 지연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입력 : 2024-12-31 17:36:00 수정 : 2025-01-01 16: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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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3160m로 늘리는 공사
문화재 발굴·토지 보상 이유로
준공 시기 2025년으로 미뤄져

“랜딩기어·플랩 작동 안 했지만
착지 정상… 동체 손상도 적어
콘크리트 둔덕 대형사고 원인”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짧은 활주로가 당초 2023년에 연장 공사를 마쳐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에 원래 계획대로 활주로가 확장됐다면 동체 착륙 과정에서 미끄러져 시설물과 부딪혀 폭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피해가 상당히 줄었을 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 기간은 당초 2019∼2023년이었다. 이 사업은 2800m 길이 활주로를 3160m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492억원 규모로 추진됐다.

한·미 합동 현장조사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 한·미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기체와 로컬라이저가 있는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하지만 사유지보상 등의 예산 문제와 문화재 발굴 필요 등의 이유로 해당 사업은 원래 계획보다 2년 늦춰진 2025년으로 준공 시기가 미뤄졌다.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 삭감 문제 등이 있어 사업이 좀 늦춰졌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12월에 사유지보상과 문화재 발굴 문제가 모두 마무리됐다”며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의 활주로 연장 필요성은 이후 줄곧 제기된 바 있다. 국토부가 2015년 작성해 공개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공항시설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무안공항의 경우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을 고려할 경우 3200m의 활주로 길이가 필요하며, 400m의 활주로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가 있는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 김해공항(3200m) 등에 비해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보다 길다. 이에 당시 국토부는 29일 7C2216편이 2차 착륙을 위해 진입한 활주로 북측(19방향)으로 400m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문가들은 활주로가 더 길었다면 피해 규모가 줄었을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랜딩기어(착륙 바퀴) 없이 기체 바닥으로 착륙하는 동체 착륙한 항공기가 속도를 줄일 수 있을 만큼 활주로 길이가 충분했다면 충돌의 세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교수(항공운항과)는 “아무래도 활주로가 더 길었으면 피해 규모가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가정은 아쉬움만 남긴다. 사실 활주로 길이보다 어느 지점에 접지했고 속도가 어느 정도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고 당시 7C2216편이 접지한 부분은 활주로 중간인 1200m 지점으로 확인됐다. 7C2216편 보잉 737-800기종은 랜딩 기어로 제대로 착륙했을 때 필요한 활주 거리가 1646m로 알려져 있다.

 

해외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동체 착륙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번 참사를 야기한 주원인으로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목했다.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과수가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현지시간)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그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고기가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동체 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에 심각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항공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사고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파일럿들이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했음을 시사한다”며 “거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참사의 원인으로 제기된 것과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제프리 토머스 에어라인뉴스 편집자는 로이터통신에 “버드 스트라이크는 드문 일이 아니며, 랜딩기어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매우 자주 일어나지만 대체로 그것만으로 항공기 참사를 유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소냐 브라운 박사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조류 충돌은 아주 흔한 일이기에 현대 항공기 설계에는 이미 그런 조건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압식으로 작동되는 랜딩기어의 고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랜딩기어의 전자 제어가) 실패하더라도, 유압시스템 없이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가 전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비행기 날개에 있는 플랩과 슬랫 등 비행통제장치 역시 이중 유압식 구조로 돼 있기에 작동이 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채명준·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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