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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풍요·다산의 상징’ 뱀의 해… 을사년 맞아 곳곳서 전시 열린다

입력 : 2025-01-01 23:00:00 수정 : 2025-01-01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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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만사형통’ 특별展
뱀 관련 그림 등 60여점 전시
韓전통문화대, 6일까지 회화전
단청·불화 등 작품 50여점 선봬

2025년 을사년 뱀의 해가 밝았다. ‘뱀은 발이 없어도 걷는다’, ‘뱀이 천 년 묵으면 용 된다’, ‘구렁이가 담을 넘으면 집안이 잘된다’ 등등 뱀과 관련된 옛 속담이 많다. 역사서 ‘삼국유사’에는 혁거세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 만에 하늘로 올라간 뒤 왕과 왕후를 합장하려 했더니 큰 뱀이 나와서 내쫓아 못하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뱀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놓인 까치를 구해 줬더니 까치가 희생으로 보은했다는 설화, 밥을 나눠 주며 키운 구렁이가 훗날 목숨을 구해 줬다는 등 뱀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뱀은 길고 미끈한 몸과 구불구불 움직이는 모양새 탓에 친근하게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왔다. 치명적인 독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모습과 겨울잠을 잔 뒤 다시 깨어나는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표하기도 했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2025’ 글자 모양의 억새로 만든 조형물(억새뱀 부부)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펴낸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를 상징한다. 사전은 “뱀띠인 사람은 매우 분주하고 다망하며 활동적이고 성급하지만 분명하고 뒤끝이 없다.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불사와 영생, 풍요 및 다산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한다.

민속 신앙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뱀이 성장할 때 허물을 벗고, 겨울잠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은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뱀은 한 번에 10여개의 알을 낳아 강한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뱀을 신성하게 여기고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뱀을) 보면 술을 바쳐 빌며 감히 쫓아내거나 죽이지 못한다’는 문헌 기록도 남아 있다.

뱀과 관련한 지명도 많다. 국토지리정보원이 2013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뱀과 관련한 지명은 전국에 총 208곳으로, 이 중 뱀의 모양과 관련된 지명이 137개(약 65%)였다.

뱀의 해를 맞아 뱀이 지닌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도 열려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3월3일까지 ‘만사형통’(萬巳亨通) 특별전을 뱀과 관련한 생활용품, 의례 용품, 그림 등 60여점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다. 빨간색 관복에 긴 바지를 입은 뱀 신을 표현한 십이지신도, 뱀이 그려져 있는 부적, 뱀과 관련한 여러 전설을 담은 책, 뱀 형상의 탈 등이 공개된다. 뱀을 하늘과 땅을 통합하는 신이라고 믿은 아스테카 문명의 유물, 뱀 뼈로 만든 네팔의 목걸이 등 세계 각국의 민속 유물도 선보여 볼거리가 풍부하다.

한국전통문화대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에서 뱀을 주제로 한 단청, 불화, 궁중 채색화 등 전통 회화 50여점을 소개하는 ‘청사진’(靑巳進) 전시를 연다. 탑을 돌던 뱀이 비구니에게 들켜 인간이 되지 못하자 미안함을 느낀 비구니가 뱀을 돌보며 일생을 함께했다는 설화를 재구성한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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