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레드/ 싯다르트 카라/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2만3000원
아프리카 대륙 중앙부에 자리한 콩고민주공화국(콩고). 어떤 나라도 콩고만큼 다양하고 풍요로운 천연자원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 구리, 철, 아연, 주석, 니켈, 망간, 게르마늄, 텅스텐, 우라늄, 금, 은, 리튬 등 유용한 금속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 전기차 등의 동력이 되는 거의 모든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은빛 희소 금속 코발트의 경우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5%를 담당할 정도다. 콩고 남동부 모퉁이의 카탕가 지역의 코발트 매장량만 해도 전 세계 나머지 지역 매장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의 축복은 콩고를 지구상에서 가장 악랄하게 착취당한 나라로 만들었다.
해외 열강은 수백 년 전부터 이 나라 구석구석에 침투해 상아, 팜유, 다이아몬드, 목재, 고무 등 풍부한 물자를 추출하고 콩고 국민을 노예로 부렸다.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재임 1865∼1909)가 ‘콩고자유국’으로 명명한 식민지배 시절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백만 콩고인이 고무 농장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숨졌다. 100여년 전 레오폴드 2세의 압제와 학살 등 만행을 폭로한 에드먼드 모렐(1873∼1923)은 콩고자유국을 “잔인함의 악취가 진동하는 거대한 노예 농장”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현재 진행형 ‘노예 농장’이자 완성판으로 손색없는 콩고의 코발트 채굴장 실상을 낱낱이 까발린다.
책에 따르면, 이 지역의 코발트 채굴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화웨이, 테슬라, 포드, 제너럴 모터스 등 세계 최강 부자 기업들로 이어지는 복잡한 문어발식 공급망의 밑바닥에서 일어난다. 국제 코발트 공급망은 노예 신세와 다름없는 콩고인들의 일당 1∼2달러를 쇠사슬의 최상위에서 분기 이익 수십억 달러로 둔갑시키는 체계다. 저자는 “코발트 채굴은 몇 푼이라도 절실한 성인 남녀와 어린이, 일명 ‘장인 광부’들이 위험하고 유독한 작업 환경에서 맨손으로 채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제 사슬의 맨 밑바닥에 있는 아프리카인을 착취함으로써, 인건비가 거의 없다시피 한 데도 위선적 인권 보호 선언을 내세운 기민한 혼돈 전략 때문에 (거대 기업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의 책임이 면제받는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절대적 이익을 위한 절대적 착취 시스템’을 생생하게 파헤치고자 코발트 광산 구역 깊숙이 들어가 성인·아동 광부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코발트 공급망을 추적한다. 콩고 아이들의 위험한 저임금 노동이 어떤 식으로 스마트폰에 필수 광물을 공급하는지에 관한 대목에선 가슴이 미어진다. 콩고 정부는 물론,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우리 모두가 어떻게 콩고에서 벌어지는 인권·환경 참사에 동참하고 있는지 고발하며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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