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 캐럴라인 캠벨/ 황성연 옮김/ 전원경 감수/ 21세기북스/ 3만8000원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보고, 그 안에 새겨진 예술 작품들을 통해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있게 파고든다.
바빌론, 로마, 피렌체, 런던, 뉴욕, 평양 등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15개 도시를 탐험하며, 각 도시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그 속에서 꽃피운 예술의 흔적을 쫓는다. 고대 바빌론의 웅장한 성벽과 정교한 조각상들은 도시의 권력과 위엄을 드러내고, 로마의 콜로세움과 판테온은 제국의 힘과 영광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화려한 예술 작품들은 도시의 부와 문화적 번영을 증명한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의 그림들은 당시 네덜란드의 관용과 개방성을 반영한다.
도시의 건축물, 조각, 회화, 공예품들은 단순한 미적 장식물이 아니라, 도시의 정신과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저자는 예리한 시선으로 도시의 숨결을 포착하고, 예술 작품을 통해 도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런던의 넬슨 기념탑은 영국 제국의 팽창과 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노예무역과 식민 지배의 어두운 역사를 노출한다. 평양의 거대한 기념비들은 북한 체제의 강력한 통제와 프로파간다를 보여주지만, 그 속에 갇힌 개인의 자유와 희망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예술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예술가들의 열정과 고뇌, 꿈과 좌절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켈란젤로, 다빈치, 렘브란트, 고흐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하며, 그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연결 짓는다.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경험, 사회적 환경, 시대적 배경 등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분석하고, 그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과 역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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