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대통령이 뭘 피하겠나…목숨·명예 팽개친 이유 봐달라”

배진한 변호사, 헌재 앞서 입장 발표
“체포영장이든 구속영장이든 법정서 판단받을 것”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체포영장 집행 불응에 대해 “영장 집행을 피한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왜 이런 행동(비상계엄)을 했을까’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배진한 변호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중 한 명인 배진한 변호사는 3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2차 변론준비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향하면서 취재진에 “대통령은 잘못한 게 있다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그런데 진짜 잘못했는지 그건 증거로서 철저히 다퉈져야 한다”며 “도대체 왜 대통령이 가만히 있으면 평화롭게 나라를 지배하고 좋을 수 있는데 자기 목숨과 명예를 다 팽개치고 이런 행동을 했을까. 그 ‘왜’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언론이 없다”고 말했다.

‘내란 사태를 온 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하지 않았냐’는 질문엔 “‘내란’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 “(계엄이) 위헌인지 아닌지 보려면 왜 이런 절차가 진행됐는지 경위와 결과, 모든 것을 종합해서 국헌문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로 뽑힌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통수권자이자 국가수반”이라면서 “제대로 된 증거 조사도 없이 탄핵 재판이 빠르게 끝난다면 그것이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왜’를 좀 피력하려고 해도 그냥 ‘비상계엄 했으니 나가라’고 나오니까 저희도 언론하고 닫혀있는 것”이라며 “그걸 꼭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대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 등 공수처 수사관들이 3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검문소에 진입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이 수사관들을 둘러싸 저지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이 체포에 불응한 게 헌법 수호 의지가 없는 것으로 심판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엔 “대통령이 피하면 뭘 피하겠나”라고 반문하며 “다 여기까지 온 건데 그건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체포영장이든 구속영장이든 집행에 대해선 법정에서 다 (판단을) 받고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도 공조본 철수 직후 “법을 준수해 업무를 집행하라”는 입장을 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새벽부터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불법 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구역이자 경호구역에서 경찰 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강제로 집행하려 했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수처 등 공조본은 이날 오전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오전 7시20분쯤 한남동 관저 앞에 진입했으나 경호처, 군부대와 대치했고 결국 영장 집행을 시작한 지 5시간30여분 만인 오후 1시30분쯤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관저에서 철수했다.

김수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