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지점 둔덕 활주로 낮아 설치했다더니…지대 높은 반대편 존재 ‘모순’
구조물 설계, 안전 점검, 관계당국의 대응 체계 전반에 걸친 문제 드러내
제주항공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 지점 반대편 활주로에도 둔덕이 존재했던 사실이 확인되며, 관계 당국의 설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19활주로 끝단(01활주로 시작점)에는 높이 2m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LLZ)가 설치되어 있었다.
LLZ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을 정확히 잡을 수 있도록 신호를 송출하는 장치로, 이번 사고에서 2m 높이 둔덕 위에 설치된 구조물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활주로 높낮이 차이로 인해 둔덕 설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대편 활주로의 둔덕 현황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반대편인 01활주로 끝단(19활주로 시작점)은 과거 확장 공사를 통해 LLZ가 철거되었으나, 과거의 설치 현황을 묻는 질문에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둔덕이 없었다”고만 답변했다.
연합뉴스가 과거 지도 앱 로드뷰 사진을 통해 01활주로 끝단을 확인한 결과, 낮은 둔덕 위에 LLZ가 설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국토부와 공항공사의 기존 설명과 상충된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사진으로 판단하지 말고, 공항공사가 말하는 내용을 믿으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았다.
둔덕 설치의 이유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활주로 높낮이 차 때문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경철 한국항공대 항공안전교육원 교수는 “LLZ를 높여 설치한 이유는 활주로가 짧아 항공기가 더 미리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다른 지방 공항과 비교해 짧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물이 사고 시 쉽게 부러지거나 넘어가는 설계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참사는 단순히 활주로 둔덕의 높이 문제가 아닌, 구조물 설계와 안전 점검, 관계 당국의 대응 체계 전반에 걸친 문제를 드러냈다.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공항 시설의 안전성 점검과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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