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백질 높게 측정…건강 악화 연관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서 특정 단백질 수치가 높게 측정되며, 이는 건강 악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외로움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바바라 사하키안 교수 연구팀은 외로움과 건강 악화 사이의 연관성을 특정 단백질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외로움은 신체 및 정신 건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이는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해로움을 초래한다. 연구팀은 외로움이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특정 단백질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4만2000명 데이터를 분석해 이 중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9.3%와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고한 6.4%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흡연 및 음주 습관 등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후, 이들이 보이는 단백질 차이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단백질 175개, 외로움과 관련된 단백질 26개가 발견되었다. 이들 단백질은 염증 및 면역 체계에 관여하며,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을 보고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14년간 연구참여자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단백질의 90%가 사망 위험과 연관되어 있었고, 50%는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뇌졸중 발병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특정 위험 인자와 이와 연관된 유전자 변이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멘델 무작위 분석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외로움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가 있을 때 5가지 단백질 수치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5가지 단백질은 다양한 염증 및 대사 표지와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바바라 사하키안 교수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이 단백질들은 외로움과 심혈관질환, 뇌졸중,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전했다. 특히, 5가지 단백질 중 4가지는 감정 및 사회화 과정과 관련된 뇌 영역의 부피와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인지 기능과 연관이 있었다.
연구팀은 단백질 ADM(Adrenomedullin)을 예로 들며, “ADM은 외로움과 질병 및 사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약 7.5%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외로움에 의해 활성화되는 단백질이 건강 상태를 설명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외로움이 단순한 정서적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외로움이 생리적 변화를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과 공공 보건 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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