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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품과의 전쟁, 프랑스 와인 명품으로 만들다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5-01-11 18:00:00 수정 : 2025-01-11 15: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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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품시장에 불황이라는 소식이 많이 맴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황과 소비가 해외로 이어지면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너무 올라갔던 만큼 조정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명품시장에서 옷이나 굿즈, 핸드백보다 오히려 와인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명품은 19세기에 탄생했다.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절대 왕정이 무너지고, 왕과 귀족이 처형당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이제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알고 보면 자본주의적으로 평등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보르도 5대 와인인 ‘샤토 오브리옹’은 주 생산지인 그라브 지역에서 나오면 ‘오브리옹’, 그 외 지방에서 나오면 ‘퐁탁’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와인은 17세기부터 슬슬 자본주의에 입각한 명품의 길을 걷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보르도 5대 와인이라고 불리는 ‘샤토 오브리옹’이다. 16세기 장 드 퐁탁(Jean de Pontac)이라는 인물에서 시작된 이 와인은 그와 결혼한 첫 번째 아내 잔 드 벨롱(Jeanne de Bellon)이 오블리옹이라고 불리는 자갈 토양의 언덕을 지참금으로 가져오면서 와인이 시작된다.

이 와인은 주 생산지인 그라브 지역에서 나온 와인에는 오브리옹이라는 이름을, 그 외 지방에서 나온 와인에 대해서는 퐁탁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즉 로컬의 희소성을 네이밍으로 소비자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특히 포도송이를 솎아내는 방식과 오랜 시간 숙성을 통해 색과 아로마 타닌감을 추출, 찌꺼기를 제거한 맑은 와인을 오트통에 숙성한 것은 당시의 와인 기술을 생각한다면 혁신이었다.

문제는 이 와인을 매입해 간 곳이었다. 네고시앙이라고 불리는 중간 상인은 아무리 좋은 와인을 만들어서 제공해도 다른 와인과 섞어 자신들의 브랜드로 판매한 것이었다. 최고급으로 만들어도 일반 제품하고 섞이다 보니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샤토 오브리옹은 납품가를 2~3배 높여 올려버린다. 초기에는 중간 상인들의 엄청난 비난에 휩싸이지만 이내 그들도 납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전의 다른 와인과는 차별화해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다른 와인과 섞지 않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오브리옹의 브랜드를 그대로 살려서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가격이 높다 보니 보관도 자연스럽게 특별대우로 이어졌다. 접근성을 높여서 오히려 가치를 높인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프랑스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것은 와인 원산지 통제 명칭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제도다. 지정된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했는지는 물론, 정해진 포도 품종, 포도 재배, 1헥타르당 포도 수확량, 숙성을 포함한 양조 기술, 와인의 알코올은 가당을 하지 않고 최소 기준으로 들어가 있는지 등 철저한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야 이 표시를 할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이 모두가 명품일 수는 없다. 비싼 것은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저렴한 것은 1만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1만원대의 와인이라도 수천만원짜리 고급 와인도 바라보며 구매한다는 것. 프랑스 와인이 가진 힘이 여기서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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