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본예산 법정시한 2주 ‘지각’
의회 사무처 정원 일방적 증원도
900억 규모 의정연구원 설립과정
조례 우선제정 등 절차 위반 지적
전국 최대 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가 과도한 권한행사를 요구하며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법정 시한을 무려 2주일이나 넘겨 올해 본예산안을 의결한 도의회는 거대 여야의 힘겨루기와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중앙정치권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7일 경기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준예산 사태로 옮아가기 직전인 지난달 말 도 예산안 38조7221억원과 도교육청 예산안 23조640억원을 가까스로 처리했다. 예산안에는 지역화폐 발행,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예산과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이 담겨 있었다.
도의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벼랑 끝 사투를 벌인 데는 개방형 사무처장의 거취가 달려 있었다. 업무 태만 등을 이유로 사퇴를 압박한 야당 측 요구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무처장 사직서 처리와 함께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사이 1410만 도민의 삶 역시 위협받았다.
아울러 도의회는 최근 의회 사무처 정원을 일방적으로 늘리는가 하면, 지자체 특별조정교부금 운용에 간섭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에 나섰다. 도의회 기획재정위는 지난달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수정·의결했는데 도가 제출한 개정안보다 사무처 직원 4명을 늘려 모두 10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지방의회 심의 범위가 기구 축소나 정원 감축에 한정된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어긴 것으로 지적받았다.
이에 경기도공무원노조 등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반발했고, 도 집행부도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김진경 도의회 의장은 신년사에서 ‘3급 직제 신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2~3급인 사무처장 직급을 1급으로 상향하겠다며 조직성장에 무게를 둔 행보를 걷고 있다.
앞서 도의회 기재위 소속인 한 야당 의원도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조정교부금 배분 일부개정조례안’에서 시·군이 신청하고 도가 심사·배분하는 특별조정교부금 집행에 도의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겉으로는 투명 운용을 내세웠으나, 예산편성권을 건드려 도의원 ‘확인 날인’ 등 허락을 받으라는 얘기라며 지자체 관계자들이 반발했다. 논란이 된 조항은 일부 수정됐지만 갈등의 여지는 남아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지방연구원법을 위반했다며 칼을 빼 든 경기도의회 의정연구원 설립 역시 월권의 사례로 꼽힌다. 지방연구원 설립을 위해선 시·도지사가 신청하고 행안부 허가를 얻은 뒤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하지만 도의회는 조례부터 제정한 뒤 도지사가 우회적으로 설립·운영하도록 해 법령 위반이라는 지적을 들었다.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도의회가 의결해 경기도에 넘긴 ‘경기의정연구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도지사 재의를 요구했고 도는 이를 수용했다. 재의는 지방의회 의결이 법령을 어기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될 때 주무부처 장관이 내리는 조치다.
의정연구원은 경기도의회가 지방의회 최초로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중간 용역에선 부지 3만6000㎡에 교육연수시설과 숙박시설 등 연면적 2만㎡ 규모의 연수원 형태 설립이 논의됐다. 지난해 7월 도·시·군의회 관계자 대상 설문에선 64.5%가 콘도식 기업연수원처럼 교육과 휴양 기능 병행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9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자재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완공 시점에는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연수원) 설립을 공약했던 김 의장은 “지방의회 발전을 제한하는 행안부의 재의 요구 지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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