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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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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8 23:22:32 수정 : 2025-01-08 23: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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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중국을 떠난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중국을 떠나기 전날 밤, 고향에서 불꽃놀이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안고 한국으로 왔던 그 순간이 엊그제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부모님께 ‘보고 싶을 거예요’, ‘은혜에 감사해요’, ‘사랑해요’와 같은 감정을 표현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 부모님은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용돈을 넉넉히 보내주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만든다.

 

내가 한국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 드라마의 영향 때문이다. 나는 한국 드라마에서 한국 가족들이 편지나 문자메시지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그때 나는 한국인들은 정말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함을 알았고, 부모와 자식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부모님께 감정을 표현할 때는 ‘감사합니다’ 정도의 문자메시지가 다였다. ‘사랑한다’는 말은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부모님에게는 쉽게 하지 못하는 말이고, 나 역시 그 대부분에 속한다.

 

탕자자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 박사 과정

중국과 한국은 모두 유교문화권이지만, 오늘날 유교문화의 영향은 두 나라에서 크게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지내면서 중국인과 한국인의 감정 표현 차이를 여러 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직장에서도 이런 차이를 느꼈다. 나는 예전에 중국 광저우에 있는 LG 회사에서 중국 기술자와 한국 기술자들 간의 통역사로 일한 적 있다. 그때 업무처리 방식 외에도,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감정 표현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직장에서 상사의 결정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아무리 어려운 작업이라도, 약간의 불만이 있어도 즉시 말하지 않고 상사의 요구에 맞춰 일하고 일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상사의 의견에 당장 이의를 표하지 않지만 상사를 따로 찾아가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후에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한국인들은 회식 자리에서 회사나 상사, 동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인들은 ‘회사를 사랑한다’라거나 ‘동료와 상사를 사랑한다’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대학교에서도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한국 대학은 발표를 많이 시키고, 중국 대학에서는 발표를 거의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학생들은 한국 대학에서 발표할 때 항상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교수님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로, 중국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교수님을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두고 교수님에게 자기 생각을 잘 피력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님들은 때때로 이런 소극적인 중국 학생들을 답답하게 느낄 수 있고 아쉬워한다. 왜냐하면 중국 학생들이 뛰어난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교수님들이 중국 학생들에게 ‘사랑해’라고 말씀하시면 중국 학생들도 한국어로 ‘저도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인 교수님들과 중국어로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나는 한국에서 거의 7년을 살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 사람들처럼 좀 더 자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다.

 

탕자자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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