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무력을 사용해 편입할 수 있다고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국인 덴마크뿐 아니라 이제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까지 미국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거두지 않고 국제적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린란드가 가진 가치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도대체 이 섬이 어떤 가치를 가졌기에 ‘타고난 장사꾼’으로 불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국제적 반발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욕심을 내는 것일까.
그린란드는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 자치령 섬으로 영토의 80% 이상이 수천미터 두께 빙하로 덮인 척박한 지역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져 오랫동안 서구 열강들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알래스카 등 북극권에 석탄, 아연, 구리 등 수많은 천연자원들이 매장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역시 빙하 아래 막대한 지하자원이 잠자고 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며 지하자원의 채굴비용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그린란드에는 미국이 특별히 욕심을 내는 자원이 다량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바로 희토류. 지질 침전물에서 함께 발견되는 비슷한 특성의 17개 원소군을 의미하는 희토류 원소들은 촉매, 연마제, 유리, 형광체, 배터리, 레이저 등의 첨단기술 제품의 제조에 사용돼왔고, 최근엔 전기차 등 미래산업에까지 핵심 소재로 까지 이용되고 있다. 다만, 이런 희토류를 90% 이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어 미국은 지속적으로 희토류 자원 확보에 열을 올려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무기화하려는 조짐까지 보여 이런 미국의 희토류에 대한 갈증은 위기감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게 되면 희토류를 통한 중국의 산업통제 위험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런 속내를 드러내듯 미국은 지난해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사에 사업을 중국에 매각해선 안 된다고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린란드 최대 희토류 매장지인 탄브리즈를 개발하는 민간기업 탄브리즈 마이닝의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반스는 지난해 미국 당국자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신의 회사를 두 번 찾아왔다고 밝혔다. 반스 CEO는 미 당국자들이 개발 프로젝트를 중국과 연결된 매수자에게 팔아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결국 뉴욕에 본사를 둔 크리티컬 메탈스에 탄브리즈 프로젝트 지배 지분을 넘겼다. 크리티컬 메탈스의 CEO인 토니 세이지 역시 “(탄브리즈 프로젝트가) 중국에 팔려서는 안 된다는 압력이 많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희토류 패권을 견제한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사들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린란드의 경제적 가치를 일찌감치 주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그린란드는 미국이 자국의 또 다른 핵심 경쟁국인 러시아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바로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척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운항 환경이 개선되며 북극항로는 21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물동량이 늘어 1998년 140만t에 불과하던 항로 운송량이 2020년 이후에는 매년 3000만t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러시아가 자국 해안과 인접한 북극해를 적극 개척하고 있는데 향후 10년간 항로 개발을 위해 약 1조8000억루블(약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운다면 향후 핵심 항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북극항로에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다. 그린란드를 확보해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경쟁자의 발목을 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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