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층 의견 과대표집 가능성도 있어
여권 관계자 “野 행보 반사이익 아닐까 추측”
전문가들도 “고무되면 안돼”… ‘신중론’ 강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불리하게 기울어가던 여론 지형이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복수 여론조사 기관에서 보수층 결집 양상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용산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권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를 맹신해 실제 민심과 괴리되는 판단을 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로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인 지난달 13일과 비교해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2%로 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후반에서 40%대를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치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 5일 발표한 조사(무선 RDD 활용 ARS 방식, 응답률 4.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40%를 기록했고 리서치뷰가 KPI뉴스 의뢰로 지난 5~6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 8일 발표한 조사(ARS 방식, 응답률 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36.9%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6~7일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 9일 발표한 조사(무선 RDD 활용 ARS 방식, 응답률 4.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42.4%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여러 여론조사에서 반등 경향이 나타나자 용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다른 여론조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편이었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이날 탄핵 반대 여론이 두 자릿수 단위로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무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서도 여론조사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의견은 분분하다. 반등 사유를 분명하게 찾기 어려운 가운데 조사에 나타난 여론 지형 변화를 맹신해선 안 된다고 경계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여론조사상 보수 진영 지지율에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데에는 야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등 과도한 탄핵 추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고 진행하기로 한 데 따른 논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적법성에 대한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사태 전보다 오히려 더 오른 윤 대통령 지지율에 의구심을 던지는 시선도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높게 나타난 여론조사들의 응답률이 4%대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여론조사에 설계상의 문제가 존재해 여당 지지층의 의견이 과대표집된 것일 뿐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과 관련해 “지지세가 강해지는 건 희망적인 일이지만 반등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심스럽다”며 여론조사 결과들을 신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비상계엄 전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안 오르던 지지율이 이 시점에 40%를 넘겼다는 게 그다지 선뜻 믿기지는 않는다”며 “야당 행보에 대한 반사이익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용산 등 여권이 여론조사에 고무돼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탄핵 찬성 여론이 3분의 2다. ‘65 대 35’는 제법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용산이) 이 같은 다수의 생각을 잘 읽어야지 지지층만 보고 메시지를 내면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빠르게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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