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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中 딥시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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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9 15:31:12 수정 : 2025-01-29 15: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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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AI 모델 ‘딥시크 R1’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2022년 챗GPT가 출시됐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며, 1957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해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과 비견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통제 효과없었나… 美 AI 패권 위기론도

 

딥시크는 지난 20일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미국 AI업체들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두 달 만에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고성능 칩을 사용하지 않고 저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왔던 미국 정부는 물론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왔던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업계 주요 인사들은 딥시크의 새 AI 모델이 새로운 AI 분야 혁신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딥시크 R1은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기술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구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데서 유래했다.

 

세계 최고의 창업사관학교로 알려진 Y콤비네이터의 개리 탠 대표는 “딥시크의 검색은 단지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며 “이는 추론 과정을 보여주고 사용자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성능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딥시크가 공개 보고서에서 밝힌 모델 개발 비용에 더욱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 이 보고서는 딥시크의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80억6000만원)에 그쳤다는 내용을 담았다.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였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1억달러(약 1445억원)에서 10억달러(약 1조44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딥시크의 성공적인 AI 모델 개발은 미국의 고성능 AI 칩 수출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루낸 성과여서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 정부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CNN 방송은 “잘 알려지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과는 미국이 지난 수년 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공급을 제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 구현 등에 쓰이는 반도체 제품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당시 엔비디아의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에 사용한 H800은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의 사양을 낮춰 출시한 칩이다.

 

블룸버그는 “딥시크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AI 학습용 첨단 칩을 확보했는지는 베일에 가려졌지만, 딥시크의 성과는 미국의 무역제재가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급 제한이 오히려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딥시크 AI 모델의 성능은 미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반도체 칩 무역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오픈소스 도구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는 것이다.

 

딥시크가 고비용 기조인 현 AI 업계에서 가격인하 경쟁에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딥시크의 성공은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AI 기업들이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의 막대한 AI 지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메타)은 올해 AI 개발 및 데이터 센터 구축에 최대 650억달러(약 94조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경쟁적인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데 이같은 막대한 자본 투자를 지속하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中 관영, 자축하면서도 美·中 경쟁 과열은 경계

 

중국 관영매체는 딥시크의 성공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첨단 기술 통제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도 미·중 양국 간 경쟁 격화는 경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딥시크의 성공은 바이든 정부의 4년에 걸친 중국 AI·컴퓨팅 파워 통제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AI 발전의 독자적 경로를 개척하도록 자극해 자율적 AI 발전에서 상당한 발전을 얻게 했음을 보여준다”는 중국 통신업계 애널리스트 마지화(馬繼華)의 언급을 전했다. 그는 “글로벌 AI 커뮤니티가 컴퓨팅 파워 증대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중국은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고,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다른 모델과) 동일하게 효과적인 새로운 접근법을 열었다”며 “이런 발전은 글로벌 AI 환경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 격화는 우려하는 모양새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 제품의 등장을 두고 “미국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업계를 독려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글로벌타임스는 딥시크의 성공이 미·중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화는 “딥시크의 등장과 중국 AI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제 더 큰 상호보완적 협력 잠재력이 생겼다”며 “양국은 각자 강점을 활용해 그 어느 때보다 유망한 협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업계 관측통들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글로벌 AI 선두 국가들이 AI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특히 AI 거버넌스에서 협력의 공간이 크다고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짙어지는 검열 의혹… 미 해군, 딥시크 사용 금지

 

딥시크 열풍 속에 중국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열하고 있다는 의혹 역시 커지고 있다. 딥시크가 답변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불온사상’으로 간주할만한 내용을 이어가다가 잠시 후 황급히 삭제한 뒤 최종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딥시크의 R1 모델을 써 본 사용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름이 살바도르인 독자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독자는 멕시코에서 안드로이드로 딥시크 앱을 내려받아 중국에서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가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화면에는 딥시크가 답변을 준비하는 ‘사고 과정’으로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진압,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탄압, 신장위구르자치구 재교육 캠프, 반대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회신용체계 등의 내용이 표시됐다. 내용 중에는 “편견을 담은 언어의 사용을 피하고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서방 측 접근방식과 비교할 수도 있다” 등의 문구도 나왔다.

 

딥시크는 사고 과정을 거친 후 답변 본문에 “발언의 자유에 대한 윤리적 정당화는 자율성을 장려하는 역할에 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사상을 표현하고, 대화에 참여하며 세계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일”에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통치 모델은 이런 틀을 거부하며, 개인의 권리보다 국가의 권위와 사회적 안정성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적 틀에서는 자유로운 발언이 사회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반대를 적극적으로 억압하는 국가 자체가 주된 위협”이라고 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딥시크는 그때까지 내놓았던 내용 모두를 황급히 삭제해버리더니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이런 유형의 질문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대신 수학, 코딩, 논리 문제들에 관해 얘기하시죠!”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언어별로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는 이용담도 뒤따랐다. 영어와 중국어로 질문할 경우와 한국어나 일본어로 질문할 때의 답변이 각각 달랐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언어별로 검열이 완전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딥시크의 중국 관련 검열은 주로 챗봇 서비스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며, 모델을 따로 내려받아 별도 서버나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는 검열이 적용되지 않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은 딥시크의 챗봇 앱 이용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24일 전체 대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딥시크의 AI에 대해 “모델의 근원과 사용에 관한 잠재적 보안 및 윤리적 우려”가 있다며 “어떤 용도로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

 

이런 경고는 미 해군 항공 전투센터 사이버 인력 관리부서의 권고에 근거한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미 해군 대변인은 이 이메일을 발송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해군의 생성형 AI 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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