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부과’ 서명 이틀 만에 유예
英언론 “EU에 10% 부과설” 보도
1기 이어 ‘미치광이 전략’ 재등장
시진핑과 대화 불발…즉각 ‘행동’
中, 구글 반독점법 조사 등 맞불
보복관세 개시 시점 10일로 상정
‘美와 협상 가능성 열어둬’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외국과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위력을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1일 서명한 뒤 이틀 만에 전격 유예하면서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 국제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에 대해 완전히 관세 조치를 거둬들인 것이 아니고, 다른 국가에도 관세 조치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한 협상전략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0시 대중국 추가 관세 10% 조치가 예정대로 발효되면서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전선을 중국으로 좁힌 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한 유예조치가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언제든 논란은 재점화할 수 있다.
미국과 하나의 경제권이나 다름 없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은 관세 부과에 동맹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도 풀이된다. 미국과 멕시코는 향후 한 달간 재무부, 상무부, 국무부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미국의 25% 관세 시행의 존치를 놓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국가로부터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당연히 관세는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방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중국과는 좀 더 치열한 갈등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24시간 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화가 성사되지 않은 채 관세 조치가 예정대로 시행됐다.
중국도 이날 맞불 관세 등으로 대응하면서 미·중은 치열한 관세 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중국은 즉각적으로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원유·농기계·차량 등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텅스텐과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관련 제품 및 기술 25종에 대한 수출통제 결정도 발표했다. 이들 물질은 무기나 전자기기 등에 쓰이는 희소금속들이다. 또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도 개시했다. 다만 중국은 보복 관세 부과 개시 시점을 10일로 상정해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일 이전에 극적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원유는 약 60억달러(8조7600억원)어치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1.7%에 불과해 대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를 외국과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관세 관련 논의를 곧 시작하겠다고 전날 밝혔는데, 영국 텔레그래프는 3일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0% 관세 부과설을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등에서 EU가 에너지 수입 증가 등으로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수입 증가, 국방비 부담 증가 등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수단으로 관세 위협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를 상대로도 ‘나는 예측불가하며, 비이성적이고, 앞뒤 계산없이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 속에서 각국은 미국을 배제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EU는 최근 두 달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 등과의 무역협정 합의를 도출했다. 영국 역시 지난해 1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결별했던 EU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조치가 펜타닐, 즉 마약 근절을 위한 조치라며 당위성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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