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시 때 국회 본관에 요원 없어”
변론 과정서 尹측 주장 정면 반박
野 “김성훈, 노상원에 비화폰 지급”
관련 기록들 삭제 지시 의혹 제기
무속인 “노상원이 김용현 사주 물어
‘보통 군인 아니다, 장관될 것’ 말해”
특위, 5일 尹 구치소 현장 조사
與 “망신주기” 반발… 불참할 듯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4일 진행한 두번째 청문회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야당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비상계엄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했고 이후 관련 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이 아니라 특전사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그 시점에서는 요원들이 (국회) 본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임이 확실했다고 못 박았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군 병력 중)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철수하라‘고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그런 지시를 받은 바 없다”며 “비상계엄 상황이 발생하기 전이나 중간에도 누구로부터 ’질서를 유지하라‘, ’시민을 보호하라‘, ’경고용이다‘라는 말은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민간인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주라고 한 사람이 있다”며 김 차장을 지목했다. 이어 “12월 중순에 김 차장이 김 본부장한테 지시를 했다고 한다”며 “(김 차장이) 자신이 내란이 결부된 게 두려워 관련 기록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김 본부장은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 당시 수원 선거관리연수원에서 중국인 해커 99명이 체포됐다’는 인터넷매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에 관해서는 이날 청문회에서 여러 번 사실이 아니라는 증언이 나왔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묻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도 해당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우리 경제적 손실에 대해 “상당한 데미지(손실)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40분쯤 열린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에서 계엄 관련 예비비 확보를 위한 논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F4회의는 예비비를 다룰 수 있는 회의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2년간 해왔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 상황에 동의할 수 없다. 사임하겠다’고 해서 ‘시장을 안정시킨 뒤에 사임하는 게 좋겠다’고 말렸다”며 외환시장 안정 방안과 함께 이튿날 주식시장을 개장할지 말지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비단 아씨’ 이선진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을 찾아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질문했고 자신이 “나중에 장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처음에 (김 전 장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갖고 와서 제가 ‘이분은 보통 군인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장관이 될 거다’라고 했다”며 노 전 사령관이 ‘이 사람과 내가 뭔가 문제를 만들어서 할 때 잘되면 내가 다시 나랏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1차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증인 선서와 증언을 거부했다. 이 전 장관은 “국회 증언은 국민에게 전부 공개된다. 제 진술이 다른 분들과 다를 경우 국민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이고 잠시 기다려주시면 모든 것이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질 것”이라며 진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이 지난해 12월6일 유튜브에서 이뤄진 곽종근 전 사령관의 비상계엄 관련 진술이 야당 회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위원들 간에 “싸가지(가 없다)”, “정신 나갔다” 등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이 거듭 충돌한 끝에 청문회가 사실상 파행되기도 했다.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임 의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하고 상황을 매듭짓자”고 권유했으나 임 의원이 이를 거부해 퇴출을 명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청문회장에서 퇴장했다. 2시간여 뒤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는 재개됐다.
질의 시작에 앞서 특위는 야당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조특위는 5일에는 윤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와 김 전 장관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 등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장조사가 ‘망신 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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