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이 연결 5개 육로 안전성 검토
버스·항공 등 이용 주변국 이송 계획
NBC 등 “전세계적 충격·분노 불러
지하디스트, 美 대상 공격 선동 우려”
‘이주 후보국’ 이집트와 요르단 비상
대통령·국왕 방미 외교 총력전 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군이 공항과 항구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는 계획의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들에게 미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선동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주를 위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5개의 육로를 두고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6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초안에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버스를 이용해 이스라엘 남부 라몬 공항이나 지중해 연안 아슈도드 항구로 이동시킨 뒤 항공편과 선박을 이용해 이웃국가로 이주시키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계획 초안에서 이집트 등 주변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용을 거부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가자지구의 2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이곳을 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지지해온 미국의 ‘두 국가 해법’ 정책을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구상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7일 방송된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높게 평가한 뒤 “우리가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미 실행을 위한 계획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사실상 지하디스트들을 크게 자극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전직 미국 당국자들과 보안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과 분노를 불렀고, 테러 조직들이 이 같은 분노를 이용해 지지자들을 끌어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8일 시리아 남부 데이르알리에 위치한 하마스의 무기 저장고를 전투기로 공습하는 등 휴전 중에도 하마스 시설을 공격하고 있는 것도 테러조직들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다. 이번 공습을 통해 이스라엘은 시리아 과도정부를 견제하는 것과 동시에 하마스를 향해 언제든 교전 재개가 가능하다는 경고를 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으로 비상이 걸린 ‘이주 후보국’ 이집트와 요르단은 외교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1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달 중 방미할 것으로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회담에서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이주와 재건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 이주 구상에 반대하며, 반세기 동안 유지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과 이스라엘 행정부에 분명히 한 상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만 시시 대통령과 압둘라 2세 국왕 모두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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