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서 늦깎이 사제로
“수어 통역 덕분에 강론 이해
배려·공감의 시대 힘 보탤 것”
“수어 통역 미사는 저를 무질서함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하도록 인도했습니다.”
사제 양성 과정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사제 서품을 받은 김동준 신부(43·갈리스토·사진)는 긴 시간 동안 여정을 함께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서품을 받아 늦깎이 사제가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청각 장애인이 사제가 된 것은 2007년 박민서 신부 서품 이후 1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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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던 탓에 잦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며 “약물 후유증으로 3세 때 청력을 상실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애화학교에서 독순술, 구화법, 청능 훈련 등으로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 그는 서울대교구 에파타 본당 보좌 사제이자 서울애화학교 교목 담당으로 임명받았다.
김 신부는 어려서부터 성당 활동에 참여했지만 천주교 사제를 꿈꾸지는 않았다. 매주 미사에 참례하고 초, 중등 시절 복사(사제의 전례 집전을 보조하는 평신도) 활동을 했지만, 이후 성당 활동에 냉담해졌다. 강론을 알아들을 수 없는 그에게 당시 미사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한국농아인협회 인권센터와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그가 사제의 길을 택한 데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가톨릭 신자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 신부는 동네 근처에 살았던 그의 소개로 수어 통역이 있는 성당을 알게 됐다.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갔던 때를 기억해요. 성전 맨 앞에 자리한 수어 통역 봉사자는 미사의 모든 음성을 통역했고, 덕분에 신부님 강론이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죠.”
그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약자에 대한 감수성과 따스함을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전하고,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배려와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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