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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이 강조하는 이 명제는 국가 간 관계가 이념이나 신념이 아닌 이익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이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전방위적 외교를 펼치는 모습에 한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 동맹은 “피로 맺어진 혈맹”이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역사는 혈맹이 영원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쟁 속에서 동맹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사례는 많지만, 전쟁 후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면 그 관계가 지속된 경우는 드물다. 신라와 당의 동맹은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으나, 이후 양국은 전쟁을 치렀다. 동맹 간 대결의 정점이었던 2차 대전에서는 미국, 영국, 소련, 중국 등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들이 연합하여 독일, 일본, 이탈리아의 추축국을 패배시켰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함께 싸운 미국과 소련은 대립하게 되었고 냉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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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때때로 전쟁 수행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6·25 전쟁 당시, 자유 진영은 미국 중심의 단일 지휘체계를 통해 연합작전의 효과를 극대화했으나, 베트남전쟁에서는 병렬 지휘체계를 운용하면서 각국 간 통합성이 떨어졌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은 동맹군과의 정보 공유에 소극적이었고, 심지어 함께 싸운 영국이 제공한 정보를 비밀로 지정해 영국과 공유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동맹 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오늘날 미국은 동맹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한·미 동맹은 과거 일방적인 관계에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해왔다. 이는 한국의 국력이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때로는 미국에도 할 말을 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이제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때이다. 동맹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우리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며 동시에 미국에도 가치를 제공하는 건강한 동맹을 지향해야 한다. 동맹은 서로 필요한 존재일 때 유지되고 강화된다. 이것이 역사가 증명한 교훈이며,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이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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