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손주 사랑’ 반영된 자연스러운 소비
일부 계층의 과도한 ‘과시 소비’ 지적도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38)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위해 3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책가방을 구매했다. 단순한 학용품이 아니라 성장기 아이의 자세 교정과 내구성을 고려한 제품이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김 씨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디자인도 예뻐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손녀의 첫 책가방을 챙겨주시겠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고가 제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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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앞두고 프리미엄 책가방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자녀 교육과 관련해 지출을 아끼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에잇포켓(eight pocket)’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고가 키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에잇포켓’이란 한 명의 자녀를 위해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이모, 삼촌 등 8명의 어른들이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현상을 뜻하며, 이는 키즈용품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키즈 라인은 20만원대 책가방 3종을 출시했으며, 블랙야크 키즈는 10만원 후반대, 휠라 코리아는 산리오 캐릭터즈와 협업한 23만9000원짜리 제품을 선보였다.
일부 프리미엄 책가방은 39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하다. 여자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뉴발란스도 20만원대 책가방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고가 책가방은 무게 분산, 소재 등의 기능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격에 걸맞은 품질과 기능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책가방의 원조로 꼽히는 일본의 ‘란도셀’은 대부분 60만~180만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새 학기마다 매장이 북적인다. 다만 무게가 무겁고 기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수납공간과 어깨끈 등 실용성을 강조한 노스페이스 ‘빅 샷’이 지난달 가방 카테고리에서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잔스포츠, 예일, 마스마룰즈, 커버낫, 내셔널지오그래픽 등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다양한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 교육 관련 지출을 늘리려는 부모들의 심리와 함께 내구성이 좋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프리미엄 책가방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 불황 속에서도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매출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 자녀에 대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프리미엄 아동 의류 시장도 지속적인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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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 속에서도 고가 아동용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현상을 두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 자녀 가정의 자식·손주 사랑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소비 패턴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 계층의 과도한 과시 소비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키즈용품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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