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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대통령의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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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0 23:29:46 수정 : 2025-02-10 23: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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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년 영국 정부의 북극 탐험선이 탐사하던 중 빙하에 갇혔다. 선장과 선원들은 배를 버리고 떠났다. 이듬해 미국 포경선이 빙하에서 빠져나와 표류하던 이 배를 발견했다. 미 정부는 이 배를 4만달러에 사들여 수리 후 영국 여왕에게 선물했다. 여왕은 훗날 감사의 표시로 선박 해체 때 나온 참나무 목재로 책상을 제작해 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 책상은 1880년 백악관에 도착했는데 배의 이름 ‘레졸루트(Resolute)호’를 따 ‘결단의 책상’이라 불렸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이 책상에서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 책상에 앉아 2001년 9·11테러 때 국민을 위로하는 연설을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쿠바 해상 봉쇄령을,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6·25전쟁 파병 행정명령을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

시사 주간 타임이 최근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결단의 책상에 앉은 합성 사진을 표지에 게재했다. 표지에서 머스크는 커피를 손에 든 채 성조기와 미 대통령 상징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머스크의 권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버금갈 정도로 비대해지고 있음을 풍자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표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타임지가 아직도 영업 중이냐”고 응수했다. 미국 언론들은 “권력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의 심기가 불편할 가능성이 있다”(CNN), “트럼프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뉴욕타임스)고 전했다.

타임은 트럼프 1기 시절이던 2017년 2월 당시 핵심측근이자 막후실세였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얼굴 사진을 ‘위대한 조종자’라는 문구와 함께 표지로 썼다. 트럼프는 불같이 화를 냈고 6개월 후 그를 해고했다. 머스크는 미 연방정부의 예산삭감과 공무원 해고 등을 주도하며 월권 논란과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타임은 “공무원 수백만명이 머스크의 자비에 맡겨져 있다”, “머스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아직 그를 감싸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는 정치권의 격언도 있지 않은가.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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