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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무현정부가 제시한 ‘비전2030’ 보고서의 서문이다. ‘선(先) 성장 후(後) 복지’ 기조를 깨고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룬 ‘동반성장’을 추구하며 인구감소와 저성장, 양극화 등에 대비하자는 방향성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엔 현실성 없는 계획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보고서가 다룬 의제들이 점차 현실화하며 비전 2030은 이후 오히려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래를 앞서 내다봤다는 평가를 받는 비전 2030의 핵심 설계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당시 기획예산처 국장이었던 김 지사의 아이디어가 비전 2030을 탄생시켰다. 이 같은 혜안을 인정받아 김 지사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됐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김 지사는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하며 물밑에서 대선 잠룡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기 대선을 공공연히 언급하지는 않지만 언론 인터뷰 등에서 출마 의사를 숨기지도 않고 있는 김 지사를 S.W.O.T 기법으로 집중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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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NGTH : 확장성과 국정 구상 능력
김 지사의 강점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들 중 중도층 소구력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모두에서 거부감이 크지 않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인 상당수가 안고 있는 이른바 ‘사법리스크’처럼 드러난 위험 요소가 적다는 점도 중도층에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진영으로부터의 거부감이 적다는 점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K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절대 찍고 싶지 않은 후보' 질문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3.6%, 이낙연 전 총리가 6.2%로 나타난 반면 김 지사는 1.1%가 나와 비호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낮은 비호감도가 낮은 인지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해석의 여지는 있다.
비전 2030처럼 이른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국정 구상 능력도 김 지사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김 지사는 경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명실상부 ‘경제 전문가’인 동시에 국가 단위의 거시 기획 능력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이 같은 능력은 김 지사가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까지 좌우를 막론하고 등용돼 요직을 맡아온 배경이 됐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서 서민의 삶과 복지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기재부 출신의 엘리트 관료 이미지와 달리 김 지사는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2세에 부친을 여의고 가세가 기울어 판자촌에 살다가 도시정비 사업으로 판자촌에서마저 쫓겨나 천막집에 살았던 경험은 김 지사가 어려운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2022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에도 여러 차례 유세 무대에서 어려웠던 과거를 언급하며 누구보다도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하는 도지사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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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KNESS : 부족한 당내 입지와 리더십
반면 낮은 당내 입지는 김 지사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정치인으로서의 뿌리가 깊지 않은 탓에 당내 지지기반이 튼튼하지 않다.
제3지대 정당인 새로운물결의 대표로 2022년 대선에 출마했던 김 지사는 대선 직전 당시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와 단일화했다. 이후 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그해 4월 민주당과 합당하고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에 불리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당시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은혜 의원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한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이 됐다.
하지만 이후 경기도정에 집중하며 당내에서는 뚜렷하게 리더십을 보이거나 세력 확장을 도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약한 당내 입지는 김 지사의 정치적 약점으로 꼽혀왔다. ‘김동연의 사람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지속해서 제기됐다.
과거 김 지사 캠프에서 일한 적 있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 참모들 중에는 쓴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라며 “김 지사가 공무원으로서 혹은 상사로서 존경받을 만 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정치 영역에서의 리더십은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김 지사가) 사람들에게 아주 무섭게 대하고 힘들게 하기로 유명했었고, 경기지사로서 일한 지 2년이 넘은 지금도 소위 ‘자기 사람’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거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거기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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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Y : 비명계 흡수와 탄핵 여파 수습 경험
김 지사는 낮은 당내 입지를 보완하기 위한 행보를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도 산하 조직 등을 활용해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을 다수 기용하며 비명계 세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최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에 ‘민평련계 대모’ 인재근 전 의원을 임명했다. 전해철 전 의원은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됐고 고영인 전 의원은 경제부지사, 윤준호 전 의원은 정무수석으로 임명됐다. 김민철 전 의원과 김경협 전 의원도 각각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이사장으로 영입됐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밀려난 이용빈 전 의원과 유정주 전 의원도 각각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와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처럼 비명계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것은 결국 김 지사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취약한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갈등 일변도의 중앙정치로부터 다소간 떨어져 있다는 점도 김 지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여야 간의 극한 갈등이 연일 이어지는 현재의 정치판에 높은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는 경기지사로서 중앙정치 무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김 지사가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최근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 현안에 관한 메시지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극단적 갈등이나 증오의 정치 이미지가 덜한 것이 사실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계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정국도 어떤 의미에서는 김 지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가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경제 위기를 수습해본 경험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 를 맡았다. 경제부총리 시절 3%대 성장을 유지하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성과를 냈다. 2017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상황만큼이나 혼란했던 경제 상황을 경제부총리로서 원만히 이끌어간 경험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다른 잠룡들과 차별화되는 김 지사의 강점으로 소구될 수 있는 요소다.
이외에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김 지사가 ‘충청 대망론’을 띄우며 조기 대선에 임할 가능성도 있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충남도민중앙회에 참석해 “저는 충청의 아들”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배우자인 정우영 여사의 고향도 충남 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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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AT : 낮은 인지도와 경기지사 성과 부족
조기대선 무대에서 김 지사의 가장 큰 과제는 공고한 민주당 내 ‘이재명 일극 체제’를 극복할 경쟁력이다. 낮은 인지도부터가 난관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도에서야 많이들 알겠지만 전국 단위로 봤을 때 김 지사의 인지도가 결코 높다고 할 순 없다”며 “팬(지지세력)이 많지 않은 김 지사가 보편적 인지도의 벽마저 넘어서지 못하면 대권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사로서의 확실한 '한방'을 보여주지 못한 건 한계로 꼽힌다. 경기지사 직을 맡은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성과로 꼽을만한 정책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전 경기지사였고 ‘경기지역화폐’, ‘기본소득 시리즈’ 등 호오는 갈리지만 굵직한 정책들을 선보였던 민주당 이 대표와의 비교는 김 지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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