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변칙적·지능적 탈루 혐의자 세무조사 실시
고가 아파트 구입 후 세금 회피 수법 지능화 추세
편법 증여·신고 누락한 35명 조사 대상에 포함돼
#1. A씨는 자신의 서울 아파트를 자녀 B씨에게 시세보다 40% 저렴하게 매각했다. 하지만 자녀 B씨는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아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2. C씨는 본인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서울 아파트를 수십억 원에 매입했다. C씨 자금 여력을 고려할 때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매입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세청은 조사에 착수했다.

부모의 지원을 받아 서울에 고가의 아파트를 사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는 등 각종 수법으로 부동산 거래 세금을 빼돌린 이들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고액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변칙적·지능적 탈루 혐의자 15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서울 내에서도 강남권 아파트 집값이 전 고점을 넘는 등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세금 회피 시도가 끊이지 않고 그 수법 또한 지능화하고 있다.
편법 증여, 신고 누락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35명이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A씨는 본인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해 자력으로는 도무지 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를 약 50억원에 사들였다. 과세당국 확인 결과 A씨 부친이 A씨가 아파트를 취득하기 전 고액 배당금을 수령했고 보유 중이던 상가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당금과 상가 매각 금액을 합쳐 약 50억원 상당이었다.
이들의 소득·재산 상태와 자금 여력을 미뤄 볼 때 A씨가 부친 지원으로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되나 증여세 신고 내역은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취득 자금 출처를 자금 원천별로 정밀 검증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2주택자가 친척 등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이전하고, 가격이 급등한 다른 한 채에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해 양도하는 방식 등 '가장매매'를 이용한 37명도 확인됐다.
이들은 폐업 상태인 부실법인에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양도한 다음 법인이 단기간에 실제 양수자에게 고가로 재양도하는 수법으로 세금부담을 떠넘기고 양도세 납부를 회피하기도 했다.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인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매하는 수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29명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다. 본인이 소유하던 아파트를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로 자녀에게 양도하는 식이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주택 정비사업 모델인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지역의 도로 등을 사들인 후 지분으로 쪼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탈세한 기획부동산 18명도 포함됐다.

일부 기획부동산은 도로 지분을 취득하면 향후 정비사업 시행 시 고액의 현금보상을 받거나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과장 광고해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개발 호재 등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정보 수집과 다양한 과세 인프라 활용을 통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 신고가 적정히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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