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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 격화… ‘탈중국’ 가속화하는 글로벌 기술기업들 [차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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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8 16:31:24 수정 : 2025-02-18 16: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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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말고 어디든’(ABC) 원칙이 새 트렌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서방 기술 기업들의 생산 기지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대체’ 전략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서방 기업들이 단순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공장 자체를 중국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존 다국적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통해 중국 이외의 공급업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중국 말고 어디든’(Anything But China·ABC) 원칙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중단을 겪으면서 베트남, 인도 등으로 공장 이전이 본격화했고,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같은 흐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중국 동부 산둥성의 한 조선소 컨테이너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대중 압박을 강화했고, 이에 중국도 맞대응하면서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은 단순한 최종 제품 조립을 넘어, 핵심 부품 생산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기존에 제품 조립만 중국 밖에서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센서·인쇄 회로 기판·전력 전자 장치 같은 핵심 부품까지 해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AI 서버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ABC’ 전략이 두드러진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은 지난 2년간 중국의 최첨단 칩과 반도체 장비 접근을 차단했고, 이에 중국은 자체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중국은 글로벌 서버 생산의 중심지였지만, 미국이 2022년 10월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AI 서버 조립이 멕시코·말레이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 리서치는 지난해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중국 기업을 공급망에서 제외했고, 반도체 전력 시스템을 만드는 어드밴스트 에너지는 7월까지 중국 내 마지막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의 ‘중국 엑소더스’는 스마트폰부터 노트북, 태양광 패널, 산업 기계까지 광범위한 소비자 제품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차이나)의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360개 기업 중 30%가 생산 기지 이전을 고려하거나 이미 이전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특히 기술 및 연구개발(R&D) 기업의 4분의 1이 공급망을 해외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구 기술 기업들이 최첨단 칩, AI 서버, 소비자 기기의 생산과 조립을 이전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3년 동남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2300억달러(약 332조원)로 2018년(1550억달러) 대비 70% 증가했다.

 

칩 제조업체 인텔, 인피니온, 마이크론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노트북 제조업체 HP는 지난 3년 간 조립 기지에 태국을 추가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노트북 컴퓨터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비중이 80%로 줄어들고 베트남과 태국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엔비디아가 지난해 12월 연구 개발 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고급 칩을 설계하는 마벨은 지난 1년간 베트남에서 엔지니어 인력을 300명에서 약 470명으로 증원했고, 향후 수년간 매년 20%씩 인력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도 서구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데이터 센터용 광 트랜시버 제조업체인 에오프토링크는 해외 고객에 대한 공급을 늘리고 미·중 긴장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태국 공장을 확장했으며 노트북 컴퓨터, 태양광 패널 및 산업 기계용 납땜 재료를 생산하는 바이탈 신소재는 동남아시아와 멕시코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테슬라.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기술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이 빨라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테슬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FSD) 승인 문제를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중 중국 당국으로부터 FSD 기술 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승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SD 승인 여부는 테슬라에 중국 시장에서 반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만약 승인이 난다면 최근 중국 내에서 둔화된 테슬라 판매량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FT는 중국 당국이 테슬라의 FSD 승인을 미·중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무역 협상에서 중대한 양보가 나오지 않는 한 신속한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중국의 인프라와 공급업체, 노동 생태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국가는 아직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마리오 모랄레스 분석가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드는 것은 더 비싸고 위험해질 수 있다”며 “중국에서 철수할 경우 공급업체에 최대 15%의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제조업을 이기기는 어렵다”며 “비용, 생산량, 납기 면에서 그들을 능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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