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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가오펑 칭다오대 교수 “트럼프, 공조보다 美 단독행동 선호… 韓·中 외교 공간 넓어져”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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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8 19:12:32 수정 : 2025-02-18 21: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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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2016년 사드 문제로 관계 후퇴
美 우선주의 강조 양국 협력 중요해져

美, 관세 등 경제문제 동맹국과도 대립
中은 보복관세 맞불… 타협 가능성 낮아

中서 韓에 무비자 정책 ‘우호적 제스처’
韓, 美·中 사이 중재자역 할 수 있을 것

中, 北 우크라 병력 파견에 신중한 태도
양국 관계 北 행동에 따라 변화 가능성

“저기 옆에 펼쳐진 바다를 보십시오. 바다를 건너 쭉 가면 한국이 나옵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이웃입니다.”

 

중국 국제관계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가오펑(高鵬) 칭다오대 특임교수는 지난달 23일 중국 칭다오의 한 서점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칭다오 해변을 가리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할수록 한·중 관계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섰다면 이번에는 독자적으로 전략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과 인접국들의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칭다오의 한 서점에서 지난달 23일 가오펑 칭다오대 특임교수가 ‘트럼프 2기’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오 교수는 “한·중 관계는 과거에도 기복이 있었고, 앞으로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중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이 진행되는 만큼, 한·중 관계도 조만간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국제 정세를 고려했을 때, 즉각적인 관계 개선보다는 점진적인 협력 확대가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3일 가오 교수와 대면으로 인터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전격 시행하고 중국 정부가 보복관세를 발표한 이후인 5일 추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가오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중 관계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나.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우호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는 1992년 수교 때의 역사적인 맥락과 흐름을 함께했다. 당시 중국은 1989년 정치풍파(‘정치풍파’는 톈안먼 사태의 중국 공식 표현)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당하는 입장이었다. 유럽 등 서방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수교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1992년 이후 한·중 관계는 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몇 차례의 우여곡절도 겪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인해 큰 후퇴를 겪었고 현재까지도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오늘날 한·중 관계 경색의 이유는.

 

“최근 한·중 관계가 냉각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이 외교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하려는 입장에 있는 만큼, 향후 한·중 관계는 정치적 상황과 외교 전략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근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첫째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들 수 있겠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다르게 동맹국과의 공조보다는 미국 단독 행동을 선호하는 만큼,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는 한국 내의 정치적 변화가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정치적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새로운 외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중국 정부가 한국에 보내고 있는 우호적 제스처다. 가령 최근 한국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것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제 협력 확대 역시 중요하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협력이 지속된다면 정치적 갈등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경제적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따른 중국 영향은.

 

“중국 경제는 투자, 소비, 수출이라는 ‘삼두마차’에 의해 성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 중 상당수가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혹은 손실을 볼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의 전반적인 국내 투자나 소비 부진을 가속화할 것이며, 중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산업의 해외 이전이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손해 보는’ 정책이다.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내 소비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얻는 이익이 줄어들면 미국 내 기업들도 생산비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과거와 비교해 이번 조치의 특징은.

 

“과거에 비해 이번 미국 조치의 강도는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의 본질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국가 지도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행정명령을 통한 추가 관세는 미국 측의 의중을 중국에 던진 것으로 보이며, 미국 정부는 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처럼 미국과의 타협 기회를 갖기를 희망하리라고 내다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아마 중국 지도자가 관세 인상을 기회로 미국과 만나 미국과 타협하기를 바랐겠지만 현재로서는 무산됐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 밖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대응 전략은.

 

“중국 정부는 신속히 대응에 나섰고, 추가 조치 역시 예상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미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원유, 농기계, 대형 자동차 및 픽업트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 인상을 통한 상호 보복 조치를 발표했으며 미국에 대한 주요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시행했다. 또 같은 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FM)은 구글이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법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고 공개했다. 앞으로 나올 다른 정책적 대응으로는 중국 당국이 정부 재정 보조금 및 세금 혜택 제공과 같은 자국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 대한 대체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이 더 넓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도록 장려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또 중국 정부와 기업 모두 생산 기지 다변화나 공급망 조정을 장려하고 속도를 높일 것이다. 특히 정부의 경우 기업의 생산 기지 다변화에 자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정책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과잉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기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비야디(BYD) 등 전기차 수출을 보면 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사실 대량 생산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산업화한 국가들의 필연적인 길이다. 일본과 한국 역시 같은 자동차 수출 과정을 거쳐오지 않았나. 1960년대부터 일본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산업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가 됐고, 한국이 그 뒤를 따랐다. 공업국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내 시장만으로 자국 제품을 소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해답은 시장 경쟁을 통해 해외로 나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중·일이 모두 신흥 공업국으로 성장한 만큼, 우리는 적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은.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중국인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한다면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싱가포르의 경우 중국과 미국 양쪽에 모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한국 역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 행동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중국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안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있으며,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지나치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일관된 원칙은 주변국과 화목하게 지내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북한과의 우호적 협력을 지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향후 북·중 관계는 북한의 행동과 국제 정세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오펑 칭다오대 특임교수는…

 

●1980년 중국 산둥성 출생 칭다오대 법학 학사 샹탄대 역사학 석사 ●푸단대 국제관계·공공문제대학원 외교학 전공, 법학 박사 ●샹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 ●상하이 사회과학원 소프트파워연구센터 초빙전문가 ●칭다오대 정치국제관계학과 특임교수


칭다오 글·사진=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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