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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몰아치고 기업 유치 쥐어짜기… 국내 산업계 살 길은 [트럼프發 관세전쟁]

입력 : 2025-02-18 19:22:05 수정 : 2025-02-18 21: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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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생산 늘려 가격경쟁력 유지… 추경 통해 내수 ‘숨통’

가격 인하, 적정 마진폭 포기 부작용
초격차 기술 어필 협상 주도권 확보
정부, 외교창구役 어느 때보다 중요
“대미 수입 확대… 흑자 축소” 제안도

계엄 쇼크에 대외 불확실성도 커져
소비심리 ‘꽁꽁’… 韓 1%대 성장 전망
“정부 재정투입으로 내수 지탱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에 따른 관세·무역 전쟁 해법을 찾는 노력이 분주하다. 자국 제조업 부활만을 목표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몰아치기 관세 부과와 쥐어짜기식 기업유치 일변도인 현재까지의 트럼프 2기 행정부 분위기로 볼 때 한국 산업계는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초격차 기술력을 활용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한 내수 지탱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관세 부과를 확정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더해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부과 조치를 예고했다. 여기에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대국들의 보호무역식 정책과 규제 등을 문제 삼겠다는 입장도 확고히 하고 있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셈법 복잡… “정부와 합동으로 대응해야”

이런 조치들이 실행되면 해당 산업 분야 수출 축소 등을 피할 길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른 피해를 줄일 대안으로는 국내 제품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것이 거론된다. 우선 가격 조정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상품가가 올라가기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 단가를 미리 낮추는 방식이다. 이는 최적 가격에 따른 적정 마진폭을 포기해야 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다른 대안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을 계획 중인 게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50만대는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해야 하고, 일정 부분 관세 부담 피해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관세 부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멕시코 관세에 자동차 관세까지 겹치니 여러 고객사에서 관세를 포함한 견적을 뽑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우리에게 관세를 부담시키겠다는 생각인데, 현재 1∼2% 수준의 마진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죽으라는 소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와의 협상 창구인 우리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전쟁 적응 기간 동안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저리 융자 지원이 필요하고, 일본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확실하게 정리를 해야 명확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복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미국의 비용 상승 문제를 설명하는 등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견제와 첨단산업 부흥이 1차 목표인 미국은 한국 제조업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미국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입을 확대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최소 300억달러대로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와 군수산업, 농축산물 등 분야에서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556억6508만달러(약 80조원)로 트럼프 1기 행정부 2020년(166억2364만달러)의 3.3배로 증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관계 재정립을 강하게 요구하는 최대 근거다.

 

◆불안한 내수·물가는 재정으로 급한 불 꺼야

내수 침체 위기는 재정 투입으로 우선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일시적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던 내수는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내수 부문은) 고물가·고금리 완화, 소득·임금 증가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최근 내수경기 점검 및 대응방향’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대비 12.3포인트 줄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고, 서비스업 중에서 숙박·음식점업이 3.1% 줄어 2년6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고, 예술·스포츠·여가 생산도 6.9% 감소하는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빈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내수 부진에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전망 악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이란 예측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예산의 경우 국회 심의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감액분만 반영되면서 총지출이 전년보다 2.5%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본 계층을 중심으로 추경 편성 논의를 서둘러 추가적인 경기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또한 비상계엄 이후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1440~1450원대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고 설비투자를 저해하는 등 내수에 추가로 악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질환율이 1% 상승하면 설비투자는 0.7%, 민간소비는 0.04%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전망이 하루가 다르게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결국 기댈 곳은 정부 재정이다. 올해 예산의 경우 국회 심의과정에서 4조1000억원의 감액분만 반영되고, 증액 절차는 생략된 ‘반쪽’ 예산이라는 점에서 추경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상 총지출은 67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 늘어나는 데 그쳐 경상성장률 전망치(3.8%·정부)에 못 미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가재정법상 내수를 살리기 위한 추경은 불법이지만, 비상계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있었던 만큼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추경은 즉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비상계엄으로 지난해 12월, 1월에 충격을 받은 부문이 음식·숙박업, 예술·스포츠·여가 생산 등이기 때문에 그 부문의 피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경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복진·이강진·박유빈·이정한·채명준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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