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먼바다 물질 다니던 제주 해녀들 ‘요트 위 이색 은퇴식’

도두어촌계‧제주해녀문화협회, 여섯 번째 ‘해녀은퇴식’
무지개요트 선상서 60~70년 경력 8명 은퇴

배타고 먼바다로 물질(조업) 다녔던 제주 해녀들이 럭셔리 요트에서 이색 은퇴식을 가졌다.

28일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협회에 따르면 제6회 해녀은퇴식이 26일 제주시 도두항 무지개요트 선상에서 열렸다.

은퇴식은 제주시 도두동 어촌계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사라져가는 ‘제주해녀문화’ 전승을 위해 평소 해녀문화 체험을 요트산업에 접목해온 ㈜제주요트투어가 함께 힘을 보태 마련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95세부터 79세에 이르는 경력 60~70여 년의 도두어촌계 소속 8명 고령 해녀들이 도두 앞바다 요트 선상에서 하객과 가족들의 축하 속에 현업에서 은퇴했다.

은퇴 해녀는 강복순(79·경력 61년), 김옥선(81·경력 66년), 김춘자(93·경력 70년), 서복영(85·경력 70년), 양재순(93·경력 60년), 윤금자(95·경력 74년), 윤민자(92·경력 60년), 홍춘자(87·경력 67년) 해녀 8명이다.

은퇴식은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지켜오다 은퇴를 맞게 된 해녀들은 물론 새내기 해녀들에게도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하객들은 가족 생계와 마을공동체 운영은 물론 해녀문화 전승을 위해 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고령 해녀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후배 해녀들은 바다를 떠나는 선배들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걸스카우트 명예지도자’ 증서와 세계걸스카우트 상징인 연초록색 스카프를 은퇴 해녀들에게 헌정했다. ㈜제주우유는 은퇴 해녀들에게 유제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성우서비스와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제주해녀서포터즈도 해녀은퇴식을 후원했다.

해녀은퇴식이 26일 제주시 도두항 무지개요트 선상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해녀문화협회 제공

㈜제주요트투어가 운영하는 ‘무지개요트’는 제주시 도두항을 출발해 용담동 앞바다를 매일 오간다. 아시아 최대 크루즈급 요트(90인승, 54t급)를 운항하며 도두어촌계 해녀들이 관광객과 함께 요트에 오른 뒤 바다로 들어가 직접 잡아 온 소라 등 해산물을 승객들에게 시식할 수 있게 하는 등 해녀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양종훈 제주해녀문화협회 이사장은 “사라져가는 제주해녀문화 전승을 위해 평소 마을 어촌계와 상생하면서 해녀문화 체험을 요트산업에 접목해온 무지개요트에서 이번 도두 해녀 은퇴식을 여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물질을 다녔던 은퇴 해녀 삼촌들에게도 요트에서 열리는 은퇴식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해녀문화협회는 앞서 지난해 5월 한림읍 귀덕2리에서 첫 해녀 은퇴식을 시작으로, 10월 구좌읍 하도리, 11월 한림읍 수원리, 12월 11일 한림읍 금능‧월령리, 12월 28일 법환동 해녀 은퇴식을 후원금과 재능기부로 주관해오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