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부장판사, 과거 유아인 ‘법정구속’‧이재용 ‘무죄’
尹사건 배당 당시 일부 지지자들 “화교” 음모론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판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1기)는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 측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이날 받아들였다. 지난달 4일 법원에 구속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구속기간 만료 시점이 주요 쟁점이 됐다. 지 부장판사는 이날 윤 대통령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을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속기간에 불산입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설령 구속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된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데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형소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신병 인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변호인 주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지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개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공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친 뒤 2005년 인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과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수원지법을 거치며 재판 경력을 쌓았다. 특히 평판사 시절인 2015년과 부장판사 시절인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6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 법률 지식과 재판 능력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부임한 뒤 굵직한 사건들을 여럿 맡았다. 지난해 2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1심 주심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2014년 4월 수원지법에 근무 당시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리 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경기 지역 시의원 2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현재는 내란 혐의 피고인들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1월 배당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앞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피고인들 모두 지 부장판사에게 재판받고 있다.
보석 심사에선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선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의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 초과의 징역이나 금고의 죄에 해당하고, 증거인멸 염려도 있다”면서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청장의 보석 청구는 조 청장의 주거 공간을 주거지와 병원으로 제한하고 보석 보증금 1억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인용했다.
앞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지 부장판사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인 서정욱 변호사가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름부터 수상한 지귀연 판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지 부장판사의 특이한 이름과 출신에 주목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이름이 화교 같다” “중국인 아니냐”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날 구속 취소 신청이 인용되자 보수 진영에선 “애국판사” “구국의 영웅” 등 반대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지 부장판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이 바로 사법 정의”라며 “지귀연 부장판사님과 재판부의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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