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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세월을 뛰어 넘은 듯… 조선시대 급제자 환영도 복원

입력 : 2025-03-10 20:30:00 수정 : 2025-03-10 22: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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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리움, 사립미술관 첫 복원 지원
19세기 활옷 등 11일부터 전시

1826년 어느 날, 평안 감영이 있던 평양 일대는 시끌벅적했다. 큰 길가에는 사람들이 모였고 강에서는 뱃놀이가 펼쳐졌다. 그 중심에는 관직 생활을 앞둔 젊은 선비들이 있었다. 평안도 도과(道科: 조선시대 각 도의 감사에게 명해 실시한 특수한 과거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문·무과 장원 두 사람을 축하하는 잔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에 열린 잔치를 생생하게 담은 조선시대 그림이 세월의 흔적을 딛고 제 모습을 찾았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삼성문화재단과 함께 미국 피보디에식스(Peabody Essex) 박물관이 소장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의 보존 처리 작업을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보존 처리는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에서 1년4개월가량 진행됐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측은 “30여년간 쌓아온 보존 기술을 활용해 병풍을 원형으로 복원했다”며 “국내 사립 미술관이 나라 밖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의 보존 처리 전(위)과 후(아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일종의 기록화다. 도과 급제자 일행이 배를 타러 이동하는 순간부터 평양성의 동쪽 부벽루에서 벌인 연향(잔치), 환영 행사의 ‘정점’이었던 야간 뱃놀이 등을 화면에 담았다. 8개 화면을 모두 펼친 폭은 5m가 넘으며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보디에식스 박물관 측은 1927년 은행가이자 자선가였던 조지 피보디와 W C 엔디콧 기금으로 산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1994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에서 한 차례 선보인 적 있으나, 지금 상태와 큰 차이가 있었다. 당시 병풍은 분리된 낱장 형태였고, 제작 당시 모습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순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손상되거나 훼손된 부분도 상당했다.

 

리움미술관 측은 그림을 가능한 한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 집중했다. 미술관 소속 보존 처리 전문가들은 오래된 안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처리하고, 그림 뒤에 덧댄 오래되고 산화된 배접지를 제거했다. 여러 연구·조사를 토대로 병풍 틀을 제작해 복원했다.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이 소장한 18∼19세기(추정) 활옷도 국내 전문가의 손을 거쳐 되살아났다.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이 입던 예복 중 하나다. 붉은 비단 위에 봉황, 꽃 등 다양한 문양을 수놓고 금박으로 장식한 옷이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과 활옷은 11일부터 4월6일까지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상설 전시장인 M1 2층에서 공개한다. 이후 두 유물은 5월에 재개관하는 피보디에식스 박물관 한국실에서 주요 문화유산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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