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데스크의 눈] 지방분권형 개헌안 실효 거두려면

관련이슈 데스크의 눈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3-11 23:32:39 수정 : 2025-03-11 23:32: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수도권에 기업·청년 쏠리고
중앙부처가 예산·인력 좌우
지자체 자율성 발현되려면
분권, 점진적인 성과 지속돼야

어김없다. 행정권력 공백기를 맞아 헌법개정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여야 주요 정치인은 물론 헌정회와 학회, 시민단체까지 가세했다.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마저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밝힐 정도이니 개헌이 시대적 화두이긴 한 모양이다.

개헌 주창자들의 주된 관심은 권력구조 개편에 쏠려 있다. 야권은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를 주장하고 여권은 ‘폭주 의회권력’ 견제를 내건다. 대통령 임기의 경우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의 전환이, 국회 구성과 관련해선 광역 대표형 상원의원 도입이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송민섭 사회2부장

하지만 둘 다 접점은 넓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원인 진단이 달라서다. 여기에다 변화무쌍한 정치 지형과 양극단화하는 여론, 의원·정당 각각의 이해관계 등으로 유의미한 합의는 기대하기 힘들다.

여러 방안 중 그나마 합의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은 50대 기업 본사의 92%, 청년 유입의 78%, 땅값의 65%, 지역내총생산(GRDP)의 52%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지역의 고른 발전을 견인할 총알(예산과 인력)은 중앙부처가 틀어쥐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7%대 23%에 불과하고 비수도권 평균 재정자립도(교부세·보조금 제외)는 36%(수도권은 60%)에 불과하다. 지방공직자들이 교부세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정부청사와 국회를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이유다.

수도권 일극체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직적 상하관계의 악영향은 상당하다. 우선 자원 배분의 비효율화를 초래해 국가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지역마다 필요한 사업과 정책, 투자 분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중앙정부의 자의적 판단과 획일적 잣대,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예산과 시설, 지원 등이 결정된다. 미국은 52기통, 중국은 22기통, 독일은 16기통으로 내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6기통도 아닌 1기통 엔진만 갖고 달리는 셈이다.

올해는 지방자치 30년. 주민 스스로 광역·기초단체장을 뽑은 지 30년이 흘렀지만 지자체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자체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분배하는 대통령의 위세는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제2의 국무회의’로 예상됐던 중앙지방협력회의나 대통령이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며 시작한 민생토론회는 시·도지사들의 민원 창구로 변질됐다.

흔히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요건으로 지자체의 입법권과 행정권, 재정권 보장이 거론된다. 현행 헌법은 지자체가 법률의 범위 안에서만 사무와 조세, 인력 운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려고 해도 상위 법령과 충돌하면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 지방공무원 직급을 조정하려 해도 사전에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개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다’라는 조항을 넣는다고 해서, 지자체를 지방정부라고 부른다고 해서, 조례를 지방법으로 격상하고 조세권을 부여한다고 해서 수도권 일극체제가 무너지진 않는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열일곱 빛깔 지방자치가 어떤 효과를 보겠느냐는 회의론이 상당한 게 사실이다. 지방공무원들의 입법·집행·감사 역량과 지방의회의 같은 당 소속 집행부에 대한 견제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미약하더라도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여야가 모두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면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방세 비중을 좀 더 높이고 지자체 권한을 보다 확대하며 주민들의 정책 참여 폭을 넓히면 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원 중에서 시·도지사를 호선하는 것도 허용한다. 관건은 시스템이 아닌 분권 의지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는 시·도지사들이 혹시 모를 조기 대선이나 차기정부에서도 지금과 같은 소신을 유지하길 기대한다.


송민섭 사회2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세이마이네임 히토미 '사랑스러워'
  • 세이마이네임 히토미 '사랑스러워'
  • 있지 예지 '완벽한 미모'
  •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영파씨 지아나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