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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돌아온 대인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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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9 23:09:15 수정 : 2025-03-19 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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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시민단체 국제지뢰금지운동(ICBL)과 이 단체 회장인 미국인 조디 윌리엄스(74)를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해 발표했다. 위원회는 “ICBL과 윌리엄스는 수년간 대인지뢰 금지라는 세계 평화의 주요 과제 실천에 앞장섰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1997년 12월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세계 120여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대인지뢰금지협약’이 체결됐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협약에 불참한 것은 분명한 한계로 남았으나, ICBL과 윌리엄스의 공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오타와 협약’으로도 불리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은 가장 비인도적인 살상 무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대인지뢰의 생산·사용·비축 등을 전면 금지한 것이 핵심이다. 출범 후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협약에 서명한 나라는 160개국 이상으로 늘었다. 다만 한국과 북한은 둘 다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오타와 협약을 존중해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한 한반도에 한해선 예외”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늘날 대인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국가는 우크라이나로 추정된다. 자국 영토에서 3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직후 미국은 다량의 대인지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문제는 미국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오타와 협약 당사국이란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유엔에 “전시라서 협약을 준수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전후 우크라이나 국민이 미처 제거하지 못한 대인지뢰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제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폴란드와 북유럽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들이 공동 성명에서 오타와 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4개국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우리는 영토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약육강식’의 시대로 퇴행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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