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측 “일부분만 적용…3월께 공개시연회 개최” 전통 밀랍주조 기법으로 범종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주철장’ 책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주장이 집필진에서 나왔다.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의 원형을 국가기록물로 보존하기 위해 만든 책이 논란에 휩싸여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국새 파문’때처럼 전통방식의 문화재 복원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드러내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일보 2011년 4월26일자 참조〉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렇게 만들어진 선림원종을 과학관 1층에 전시하고 ‘국내 최초로 겨레과학기술인 청동밀랍주조기술을 찾아내 종의 원형을 되살려 냄으로써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도 복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는 안내판을 내붙였다.
하지만 ‘주철장’ 집필진 3명 중 1명인 A씨는 기자를 만나 “(선림원종 제작은) 전부 쇼를 위해, 사진 찍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원씨는 하는 척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철장 책 내용은 옛날에 이렇게 종을 만들었다는 것이지, 원씨가 실제로 그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씨의 기술은 (전통과 현대 방식이) ‘짬뽕’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의뢰로 집필에 참여한 A씨는 책을 쓰기 위해 2004년 12월24일을 비롯해 원씨가 종을 만든 충북 진천의 작업장을 2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A씨는 “원씨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여줬는데, 척하면 만든 것이 나오고 또 하는 척하면 된 것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원씨가 쇠를 녹이는 화덕에 바람을 넣기 위해 손풀무를 썼다고 책자에 기록돼 있지만 실은 하는 시늉만 한 것”이라며 “작업장에 풀무를 설치할 여건이 안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두 번 보고 원씨에게 전통기법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금속장이다. 어느 집에 가서든 공구만 보면 그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제작과정에서 의문나는 점이 있었나”라고 묻자 A씨는 “○같지 않아서 묻지도 않았다. 왜냐면 중요무형문화재 상당수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원씨 측은 “비천상을 제외한 선림원종 문양은 다른 사람이 조각한 것을 차용하고, (쇳물이 터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쇳물 주입구와 백업 샌드(거푸집 뒤 흙벽 주변)에 자연경화수지인 펩셋(Pepset)을 주물사로 썼을 뿐 다른 모든 제작과정은 전통방식대로 했다”고 밝혔다. 원씨 측은 오는 3월 공개시연회를 열 계획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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