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교육환경 우선 정서 탓
일각 “전·월세값 상승 부추겨” 자기 집이 있는데도 남의 집을 떠돌며 전세나 월세, 사글세를 사는 ‘하우스 노마드(House Nomad·집 가진 유목민)’가 100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전·월세·사글세 10가구 중 1.5가구는 자기 집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하우스 노마드는 불과 5년 만에 70%나 증가했다.
19일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 가구·주택부문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전·월세·사글세 748만6000가구 중 내 집을 놔두고 전·월·사글세를 사는 ‘타지주택소유’ 가구는 총 114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2005년 같은 조사에선 656만9000가구 중 66만8000가구가 타지주택소유였다.
내 집이 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딴 곳에 세를 얻어 사는 가구가 5년 만에 47만3000가구(70.80%)나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내 집을 떠나 전세를 사는 가구가 82만7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05년 50만5000가구보다 32만2000가구(63.76%) 증가한 것이다. 특히 월세를 사는 타지주택소유는 14만9000가구에서 29만7000가구로 14만8000가구(99.32%)나 늘었다. 사글세는 1만4000가구에서 1만7000가구로 3000가구 늘었다.
지역별로 서울은 전·월세·사글세 201만6000가구 가운데 34만8000가구(17.26%)가 타지주택소유였다. 경기도는 186만4000가구 중 33만9000가구(18.1%)가 타지주택소유로 이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하우스 노마드 급증은 내 집보다 주거·교육 여건이 뛰어나다면 과감히 남의 집 살이를 선택하는 가구가 늘어난 때문이다. 일종의 가치관 변화다. 주택 매매시장 침체로 어쩔 수 없이 이런 생활을 하는 일도 많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하지만 주택시장 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은 집주인이면서 동시에 세입자다 보니 최근 급등한 전·월세 상승분을 내 집 세입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하우스 노마드는 임대시장에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며 “오른 전셋값을 충당하기 어려워진다면 자기 집 세입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우스 노마드=하우스(House·집)와 노마드(Nomad·유목민)를 합성한 용어. 내 집을 소유하지만 여러 이유로 다른 곳을 떠돌며 전·월·사글세를 사는 부류를 일컫는다.
김준모·이희경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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