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등록금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석·박사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들도 ‘동병상련’의 절박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적인 학문과 연구활동 등을 위해 사회 진출까지 접은 마당에 등록금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대학원생 정모(26)씨는 13일 “(학부에서도)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등록금 고지서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대학원생들이 숨막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 대학원의 올해 등록금은 1152만원으로, 우리나라 봉급생활자 평균 연봉(2530만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정씨 같은 대학원생들의 하소연은 빈말이 아니다. 학부생에 비해 대학원생의 수강 과목과 수업시수는 훨씬 적은데도 등록금은 턱없이 비싼 대학들이 많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올해 주요 대학 평균 등록금을 보면, 서울대 대학원은 787만1800원으로 학부(628만8100원)보다 159만원 정도 비쌌다. 사립대는 더 심하다. 연세대 대학원(1207만여원)과 성균관대(1167만〃), 고려대(1157만〃), 이화여대(1152만〃), 한양대 대학원 등록금(1107만〃)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해당 대학 학부보다 무려 249만∼338만원이나 비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잖은 대학에서 대학원생의 학자금 대출 신청 비율도 학부생보다 월등히 높은 게 현실이다. 급기야 지난 3월 성균관대 대학원생들은 “높은 등록금 탓에 학생들이 목숨을 끊거나 학업과 생계를 위협받는 등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지만 기각됐다.
사립대는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성균관대 박사과정 오모(27·여)씨는 “학부생보다 300만원 이상 높은 학비를 내지만 학교에 남아 교수가 되거나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대학원생의 부담은 학부생보다 더 크지만 저항하기는 힘든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이번 반값 등록금 논의가 대학원을 포함해 폭넓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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