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7분의 드라마(쇼트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를 펼치며 한국인 사상 최초의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된 ‘피겨 여신’ 김연아(20·고려대)는 28일 오전(한국시간) 갈라쇼 무대에 등장해 다시 한번 환상의 연기를 뽐냈다. 밴쿠버의 밤을 또 한번 홀린 것이다.
지난 26일 평생 꿈이었던 올림픽 챔피언의 꿈을 이룬 감격의 현장에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피겨퀸’이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 다시 섰다. 링크는 캄캄했다. 출입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피겨 퀸’의 실루엣만 보였다.
전광판에선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을 끝내고 울음을 터뜨린 감동의 장면과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역대 최고점(228.56)을 확인하며 환호하던 장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이 잇따라 나왔다. 그 순간 장내 아나운서가 “그녀가 여기에 왔습니다. 유나∼킴”이라고 소개하자 1만5000여명의 관중은 큰 박수로 올림픽 챔피언의 등장을 환영했다.
그동안 보여준 검정, 파란색 의상과 달리 연보라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김연아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과 연기로 관중에게 많은 박수와 함성을 받아 ‘여제’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보라색 의상은 김연아의 연주곡과 더불어 연기를 더욱 격조 넘치게 만들었다.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가장 신경 썼다는 ‘장거리’ 이너바우어(허리를 뒤로 깊숙이 숙인 채 활주하는 기술)로 큰 환호를 이끌어 냈다. 한 마리 나비처럼 트리플 살코까지 안정적으로 연출한 김연아는 나머지 연기를 마치고 양손을 관중석으로 뻗으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 자세로 3분의 연기를 끝냈다. 마치 물빛 요정 같았다. 김연아의 마지막 동작은 이번 갈라쇼의 주제인 감사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김연아는 연기를 마친 뒤 “오히려 경기 때보다 더 긴장해서 점프 실수가 있었다. 올림픽 갈라쇼 프로그램인 만큼 그동안 도움을 줬던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데이비드 윌슨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안무를 짰다. 갈라쇼 프로그램도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전날 선수촌에 뒤늦게 입촌한 소감에 대해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잠을 잘 때도 금메달을 옆에 놓고 잤다. 폐막식 때까지 열심히 올림픽 분위기를 즐기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세계랭킹 1위 김연아는 3월1일 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한 뒤 2일 선수단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김연아는 선수단을 대표해 선수단기를 들고 입국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1박2일 정도로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이 기간에 친구들도 만나겠다는 생각이다.
당초 김연아는 올림픽 직후 곧바로 전지훈련지인 토론토로 돌아가 다음 달 22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막하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할 예정이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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