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MB정부-불교계 '깊어가는 악연'

입력 : 2010-03-24 09:39:18 수정 : 2010-03-24 09:39: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출범초부터 기독교 편중인사 등 종교편향 논란
작년 지관스님 차량 강제검문으로 갈등 최고조
관계 개선 노력 불구 반목·불화 ‘악순환’ 지속
이명박정부와 불교계의 악연이 끝이 없다. 출범 때부터 불교계 차별로 악연을 자초했다. 이후 화해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반목과 불화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봉은사 외압 의혹’은 생생한 징표다.

첩첩이 쌓인 악연의 뿌리는 깊다. 시발점은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내각 논란이다. 2008년 초기 내각에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등용돼 기독교 편중인사 파문이 일었다. 이후에도 종교 편향 논란은 이어졌다. 같은 해 3월 포항시 예산 1%를 성시화(기독교 도시화)하겠다고 말해 물의를 빚은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중앙공무원연수원장에 임명됐다. 청와대의 정무직 공무원 종교 조사(4월)도 벌어졌고, 5월엔 주대준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모든 정부부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발언해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불교계의 분노가 정점에 달한 시기는 그해 6, 7월이다. 6월엔 “촛불집회 참가자는 사탄”이란 추부길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에 이어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 교회 정보가 상세히 수록된 반면 조계사와 같은 사찰 정보가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며칠 후엔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포스터에 모 교회 목사와 나란히 등장한 사진이 게재됐다.

7월엔 현 정권과 불교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경찰이 강제 검문 수색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벌어진 정권의 언행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인내가 한계점에 달한 불교계는 마침내 8월 폭발했다. 8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불교도대회를 열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관련자 처벌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 대통령이 9월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의 뜻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당시 불교계는 이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사실상 수용해 한동안 불교계의 불만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조찬 회동을 하는 등 한동안 소원했던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에 노력해왔다.

하지만 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1월 ‘불교계 4대강 운하개발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이 심야에 만취한 경찰관 2명으로부터 폭행당해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져 불교계를 다시 분노케 했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한 국가 지도자의 종교적 편향은 국론 분열 등 국가적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도자는 종교에 대한 엄정중립 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채연 '깜찍하게'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