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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외치지만 납품가 후려치고…甲의 횡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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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08 17:18:26 수정 : 2013-05-08 17: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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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민국 '속'을 채우자] 2부 상생의 길 ③ 머나먼 대기업·中企 상생
꿈쩍 않는 현장…실천상생 아직 먼 길
“원자재 값이 최근 3년간 계속 올랐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납품단가를 깎으라고 한다. 현실적인 상생 방안이 절실하다.”(A골판지 업체 대표)

“정부가 나서서 상생을 강조해도 대기업의 기본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하도급 문제처럼 제도를 고쳐야지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기간이 짧은 어음을 돌리는 것처럼 ‘대증요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C건설업체 대표)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밝히고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현장 분위기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중소기업들은 “정부만 호들갑을 떨었을 뿐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중소기업을 동반성장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아직은 말뿐인 대·중소기업 ‘상생’

A대형마트는 지난해 수차례 납품업체들을 동원해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관례적으로 납품업체 상당 수가 판촉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B납품업체는 대형마트의 강요로 판촉사원들을 파견했고, C납품업체 역시 대형마트의 인력 부족을 메워주기 위해 판촉사원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냈다. 상생을 외치면서 뒤로는 ‘갑’의 지위를 악용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횡포 탓에 ‘을’인 납품업체들이 시름하는 단면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11월 19개 대형 유통업체와 4807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 응답한 납품업체 877개 중 66.5%(583개)가 대형 유통업체의 법 위반행위를 최소 한 건 이상 경험했다. 불공정거래 유형별로는 판촉행사 서면미약정이 44.9%로 가장 많았다. 무려 393개 업체가 대형마트 주도의 판촉행사에 서면약정 없이 참가한 것이다.

다음으로 부당반품(16.2%), 판촉비용 전가(12.5%)가 뒤를 이었다.

업태별로는 대형서점(71.8%), 대형마트(70.1%), 편의점(68.8%), 인터넷쇼핑몰(68.1%), 전자전문점(64.3%), 백화점(56.4%), 홈쇼핑(52.3%) 순이었다. 이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횡포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편의점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본사의 거래중단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본사서 두 달간 현장조사를 한 뒤 “편의점 입지가 좋다”고 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이어 “기획상품 들여놔라” “호빵기계 들여놔라”며 외상을 주더니 물건값이 밀렸다면서 공급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정부가 ‘공정 사회’라는 모토로 ‘동반성장과 상생’을 떠들어봐야 현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중소 납품업체들은 “살기 위해 백화점 등에 납품했지만 이들의 횡포로 오히려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흐름이 거세게 일면서 ‘말뿐인 상생’을 ‘실천 상생’으로 옮기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실태조사를 해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부가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실태를 진단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실태조사’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임의 규정 형식으로 돼 있어 그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들도 ‘상생 경영’ 강화에 나섰다. 종전에는 기업의 상생활동이 펀드 조성, 자금지원 등 일회적이거나 수동적인 범위에 국한됐다. 이것이 점차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적극적이고 지속적 지원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즐거운 동행’이라는 상생브랜드를 설정했다. ‘즐거운 동행’에는 사회의 상생 생태계 조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경영방침을 고객, 세계, 사회, 임직원과의 동반 성장에 중점을 둔 ‘함께 가자’로 정했다.

경제계는 새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진 중인 ‘상생 협력 스텝업(Step-Up) 모델’이 그것이다. 기업생태계 전반으로 상생 협력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반성장지수 대안 모델이라는 것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상생협력연구회 이종욱 회장은 “현행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에 획일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평가 하위 그룹의 기업이나 비제조업종의 기업은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기업에 포함되는 것을 꺼리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며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회가 대체 모델로 소개한 ‘상생 협력 스텝업’은 주요 업종별로 기업 규모나 기업별 동반성장 추진 수준 등에 맞게 1∼4단계의 모델로 개발된다. 또 개별 기업이 각 사의 여건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고, 점차 난이도를 높여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정치권과 재계 새로운 ‘동반 상생’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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