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삥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 100m 정도의 시장 골목에는 유제품, 과일음료, 청량음료 등을 박스 단위로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시중가보다 10∼20%에서 50%까지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1개에 1300원 받는 남양유업의 한 커피음료는 10개들이 한 상자에 8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했다. 소매가보다 40% 가까이 싼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캔 음료 등 주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이 삥시장에서 거래된다. 삥시장 상인들이 소비자 가격의 20∼30% 수준에 사들여 50% 가격으로 되판다. 유제품은 60∼70% 가격에 사서 75% 수준으로 판매한다. 물건은 주로 소매상들이 구입해가며 ‘원플러스원’이나 ‘반값 할인’ 행사 때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삥시장은 전국 각지에 은밀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 전·현직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증언이다. 서울에서 대리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서울만 해도 각 시장 곳곳에 삥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청량리와 노량진 일대”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삥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 유제품, 과일음료, 청량음료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재문 기자 |
하지만 상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일부에서는 여전히 무자료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도매가게에 전화를 걸어 캔 음료를 대량으로 사고 싶은데 무자료 거래가 가능하냐고 묻자 곧바로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팀장은 “삥시장은 비정상적 거래행위로 탈세 수단이 될 수 있고,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손해를 줄 수 있다”며 “대리점주들이 삥시장을 통해 물건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할 제도가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