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제과 대기업도 버젓이 가맹점… 취지 무색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온누리 상품권의 가맹점에 옷가게와 건강식품 등 대기업 체인점이 상당수 포함돼 본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광주시와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온누리 상품권의 사용이 가능한 광주지역 전통시장 가맹점은 27곳에 점포 수는 3600여 곳이다. 온누리 상품권은 2009년 전통시장 수요 진작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발행하고 있으며, 전국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대기업 체인점이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돼 버젓이 온누리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대기업 체인점의 가맹점은 200여 곳으로 화장품과 옷가게, 건강 식품, 제과점 등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과 중복된다.
전통시장 부근의 대기업 체인점이 몰려있는 광주 도심 가게에는 온누리 상품권의 취급을 알리는 가맹점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다. 실제 이곳에서는 최근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온누리 상품권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체인점이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에 가입된 것은 자치단체장이 일정 지역을 유통법상 상점가로 지정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가게가 온누리 상품권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 가입이 시장 상인회 주도로 이뤄지고 중소기업청과 은행은 현장 실사 없이 간단한 서류 확인에 그치면서 업주도 모르는 사이에 가맹점이 된 경우도 있다.
전통시장 부근의 한 체인점 커피숍 관계자는 “처음엔 손님들이 온누리 상품권을 가지고 와 당황했다”며 “뒤늦게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매년 200억원에 달하는 상품권 발행과 상품권의 이용 확대를 위해 가맹점 늘리기에 나서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체인점에 온누리 상품권 이용자가 늘면서 정작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을 소지한 소비자 대부분이 전통시장 가맹점보다는 대기업 체인점을 선호하면서 전통시장의 발길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최근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한 김모(56·광주시 대인동)씨는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유명 옷가게에 스티커가 붙어있어 그곳에서 옷을 샀다”며 “같은 품목을 산다면 누가 전통시장을 이용하겠느냐”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