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폭스 지음/김재성 옮김/황소자리/1만7000원 |
축구·야구·배구·농구·테니스·탁구·골프 등 인기 스포츠는 예외없이 공놀이다. 한때 레슬링이나 복싱 등 격투기가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특히 한·미·일 3국에서 열광하는 야구와 미식축구는 팬들을 거의 광적인 열기로 몰아간다. 왜 그럴까. 미국의 저명한 고고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공놀이와 인간의 관계를 풀이해놓은 책이다. 폭스의 말이 재미있다. “공놀이의 의미와 뿌리를 찾는 내 여정에서 유명한 운동선수와는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나는 평범한 선수, 코치, 열혈팬, 자신이 쓸 테니스공을 직접 꿰매고 소가죽으로 축구공을 만들고 히커리 나무로 라크로스 라켓을 만드는, 공놀이의 진지한 보호자들을 만났다. 이들이 들려주는 기발한 이야기들이 쌓이는 동안, 나 혼자는 상상할 수 없었을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었다.”
그는 “놀이가 두뇌 음식이라면 공은 고단백, 고열량의 에너지 바”라고 정의했다. 공이야말로 가장 생기 넘치는 무정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돌고래들이 매트와 밧줄을 끌며 노는 동안,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공을 쫓아 까르르 웃어대며 물장구를 치고 튀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은 바로 흥미롭다는 것이다. 인간과 공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저자의 글솜씨가 독특하다.
스포츠에 대한 해설도 재미있다. 대중의 경기가 축구라면 왕들의 스포츠는 테니스였다. 야구와 미식축구는 미국인의 상충하는 비전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투수의 공을 받아친 타자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야구에는 지금보다 단순하고 근심 없는 날들을 바라는 마음이 담겼고, 경기장 구획부터 규칙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는 미식축구는 날로 번성하는 미래 기술문명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박창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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