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사랑하는 한국, 미래 중심 될 것 우리는 흔히 자신이 살고 있는 시기를 과도기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렇다. 역사는 항상 어디론가 흘러가고, 지금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항상 도중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단순한 과도기가 아니다. 시대마다 있는 그런 변화가 아니라 변화의 주기로 말하면 2000년 혹은 2500년 단위의 큰 진폭의 시기이다. 학자들이 인류문명의 추축(樞軸)시대라고 하는 서기전 5세기에 해당하는 그런 시기이다.
이 시기에 동양에서는 석가, 공자, 노자가 살았고, 서양에서도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이 살았던 시기이다. 이런 기원의 시기에 사는 사람들은 역사를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세계는 이제 가부장의 남성중심사회, 국가사회에서 여성중심사회, 지구촌 네트워크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인류문명은 철학·종교·과학마저도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에 봉사한 측면이 적지 않다. 가부장적 시각은 치유 불능의 환경 파괴를 불러왔고, 자연을 대상으로 보면서 인간 사이의 전쟁을 끊이지 않게 했다.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경제(economy)는 인구 증가와 부양에 기여하였지만 심각한 에콜로지(ecology)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은 이제 지구공동체적 존재가 되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환경의 보복에 공동 대처하여야 하는 것이 오늘의 인류이다. 경제와 에콜로지는 모두 ‘함께(eco)’라는 말을 공유하고 있지만 경제는 그 계급성과 계층성으로 인해 제한성은 물론이고 결함과 허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인류학적으로 보면 가부장사회가 되기 전에 모계사회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에 와서 모계사회로 인류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모성 중심이나 여성성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체계와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시기이다.
세계는 이제 양(陽)의 시대에서 음(陰)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주의(feminism)는 남성 위주의 권력투쟁과 전쟁의 양상이 아니라 여성성과 바로 연결되는 에콜로지(ecology)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환경여성주의’로 변역되는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이 새로운 가치체계로 주목된다.
에코페미니즘은 보다 근본적인 생명의 재생산의 주인공인 여성을 중심에 두는 주의이다.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만물의 근거이다. 남자의 생산주의는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에코페미니즘은 한때 이성주의가 강조되었던 만큼 오늘날 절실하다.
자연은 끊임없이 살고자 하는 일련의 의지의 과정이다. 철학과 과학이 그동안 자연에 반했을지라도 인류에게 유용하였기 때문에 발전하였던 것인데 그 필요했던 것이 이제 인류에게 문제아로 돌변하고 있다. 핵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한국은 인류문명의 변화의 축에 있다. 십이지로 보면 천지의 축(軸)을 상징하는 축미(丑未)가 선천에서는 동북으로 기울어져 부조화와 모순을 일으켰으나 후천에서는 정남북으로 본래로 돌아가 자연과 문명이 총체적으로 다시 구성됨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후천개벽이라고 한다.
이를 하도낙서(河圖洛書)로 보면 선천(先天) 하도에서 동북(東北)에 있던 진방(震方)이 후천(後天) 낙서에서 정동(正東)으로 오게 됨으로써 그동안 상극으로 운행되던 오행이 상생으로 운행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양이 제대로 자리를 찾게 되고, 상생(相生)과 함께 완전한 남녀평등이 지상에 실현된다고 한다.
십간십이지로 보나 역으로 보나 동아시아 문명의 시원인 동이문화(東夷文化)를 이루었던 우리 민족은 인류문명의 원시반본에 의해 지금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지구촌의 선진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령화 사회와 비생산성에 직면하고 있다. 과학과 생산을 덕목으로 삼던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신생아의 출산과 젊은 인구의 증가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순에 빠졌다.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에 대한 욕망은 자연환경과 매우 긴장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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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
인간의 몸은 세계적 네트워크에 의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끊임 없이 관리와 지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대인이다. 인간은 이름과 부호로 정리되면서 익명성은 높아져 가고, 생명성은 점차 그 위세를 잃어가고 있다.
미래종교들은 가정-모계 중심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한편 인간은 각자 종교의 시대로 접어들 것 같다. ‘여신(女神)의 복권’과 함께 인류 태초의 신화로 여겨지는 한국적 여신 ‘마고(麻姑)신화’의 부활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마고신화가 다시 이 땅에서 부활해야 진정한 여신의 복위가 이루어진다.
마고는 여성을 나타내는 ‘마(ma)’자와 신(神)을 나타내는 ‘고(god, 高)’의 합성어인데 말하자면 여성이 최고의 신으로서 종교적 상징의 자리에 우뚝 섬을 의미한다. 여성과 여성성이 지니고 있는 덕목이 앞으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여성적 심리와 문화를 가진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남의 나라를 한 번도 침략하지 않은 나라,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이다. 이러한 나라가 후천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인은 기원적 변혁의 시기에 매사에 자부심을 갖고 창조적으로 역사에 임해야 한다. 한국은 미래사의 중심이 될 것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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