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재위 1735∼1795)의 초상화. 건륭제 치하에서 전성기를 맞은 청나라는 당시 동서양을 통틀어 세계 최강국이었다. |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문명기 옮김/까치/2만5000원 |
10, 11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제22차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밝히고 역내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정면으로 ‘맞짱’을 뜨겠다는 각오다. 이어 열릴 시 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선 홍콩 민주화 시위 등을 놓고 불꽃 튀는 설전이 오갈 전망이다.
미국인 상당수는 속으로 ‘중국이 언제 이렇게 컸어’ 하며 가소롭게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G2(주요 2개국)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제 중국은 미국과 ‘동급’이다. 미국이 중국을 빼고 국제문제를 논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중국에 관한 책은 서점가에 넘치도록 많다. 다들 2010년대 들어 국제정치의 양대 축으로 부상한 중국의 현재, 그리고 언젠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중국의 미래를 다루는 데 급급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중국은 이제껏 잠자고 있다가 갑자기 깨어난 신흥국인가. 중국의 영광스러운 현재와 미래는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것인가. 우리는 중국의 거대한 경제력에 압도된 나머지 중국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에는 눈을 감아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청나라는 영국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영국은 군대를 앞세워 청나라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정치적·경제적 침략을 가속화했다. |
저자는 중국이 역사상 가장 약했던 시기로 1880년부터 1910년까지 30년 동안을 꼽는다. 당시 중국은 서구 열강과 일본에게 국토의 일부는 물론 온갖 이권까지 빼앗겨 체면이 이만저만 구겨진 게 아니었다. 그동안 구미 학자들은 “중국이 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19세기 후반 약체로 전락했다”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서구중심적 시각’으로 규정해 단호히 거부한다.
덩샤오핑의 대형 사진 앞에 그를 추모하는 화환이 즐비하다. 1980년대 중국을 이끈 덩샤오핑은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경제 대국화를 가져왔다. |
한마디로 지금의 중국은 어느 날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졸부’가 아니라 투자 실패로 잠시 침체를 겪다가 탄탄한 자본력에 힘입어 다시 옛 지위를 회복한 ‘전통의 부호’란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원래 강대국이었던 중국이 국제문제에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미국과 일본 등 이웃 나라들도 ‘강력한 중국’을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간주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다정한 모습. G2(주요 2개국)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이제 미국과 ‘동급’이 되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중국이 2030년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해도 미국은 여전히 최고의 군사대국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에게 미국은 군사동맹국이고, 중국은 최대의 수출시장이다. 미국과 멀어지면 ‘안보’가 위협을 받고, 중국과 떨어지면 ‘경제’가 흔들린다. 장차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정치·군사·경제 분야 인재들에게 일독을 권하고픈 책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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