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의 길은 멀고 고달프다.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날아간 청년들은 허드렛일만 하다가 좌절하기 일쑤다. 많은 청년들이 다시 길거리에 내몰린다. 역대 정권이 앞다퉈 청년실업 대란을 해결하겠다며 해외 일자리 창출을 핵심공약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여전히 해외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청년 실업난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해외취업의 실상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5회에 걸쳐 시리즈를 게재한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현지 취업률 10% 미만…‘예산만 낭비’
정부가 최근 10여년간 벌여온 해외취업프로그램은 대부분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사업 집행실태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정부가 해외취업 연수·알선 등 목표로 세운 인원은 3892명이었지만 실제 실적은 1756명에 그쳤다. 2010년에도 목표치 4635명의 절반 수준인 2877명에 머물렀다. 정부는 2012년과 2013년 목표치를 각각 5279명, 5502명으로 잡았다가 3000명대로 수정하며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정부의 해외 취업·인턴 프로그램으로 통해 해외에 나가도 정식 취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실시한 ‘정부 해외인턴 사업 현황 파악 및 해외취업 연계를 위한 추진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2∼2013년 해외 인턴십 참가자의 85%가 해외 취업을 목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해외인턴십 참여자 226명 중 8.8%인 20명만이 현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해 해외 취업으로 연계시킨다는 정부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10여년째 판박이 사업들
역대 정권의 해외취업프로그램은 별 차이 없이 담당 부처만 바뀐 채 재탕, 삼탕한 게 태반이다. 현재 청년 해외진출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 교육부, 외교부 등 10개부처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22개 사업수행기관에서 시행돼 전체 업무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참여정부 때 청년층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은 국가별로 필요한 일자리를 분석한 지역별·직종별 맞춤형 취업지원대책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글로벌 청년 리더 양성’ 사업이 ‘K-무브’ 사업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해외창업 분야만 추가된 수준이었다. 박근혜정부는 그러나 이전 정부 때 정책 문제점들을 감안해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러 해외 기관에서 청년 선호 일자리 발굴에 나서고, 취업인정 기준도 단순 노무직을 배제했다. 연봉 기준 역시 단기과정 1500만원, 장기과정 2400만원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성과는 그리 좋지 않다. 정부 지원을 통한 해외 취업자는 2012년 4007명에서 2014년(10월까지) 1273명으로 뚝 떨어졌다.
또 해외 취업 사업이 과거엔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해 부처별 갈등을 조정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신설된 자문기구인 청년위원회에서 이 역할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귀전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