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태 이후 한때 혼란 상태”(1982년판)→언급 없음(1990년판)→“민주화 열망하는 국민 요구는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1996년판)→“비록 실패했지만 1980년대 이후 한국 민주화 운동의 밑거름”(2002·2006년판). 국정제가 처음 도입된 1974년 이후 박정희 정권뿐 아니라 1980년대 이후에도 정권 ‘입맛’에 맞춰 주요 현대사에 대한 평가가 춤추는 등 ‘편향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1974년부터 2006년까지 편찬된 국정 국사 교과서 7종(고교)과 관련 논문 등을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이후 12·12, 5·18, 6월항쟁 등에 대해서도 정권의 성격과 의도에 따라 평가 및 기술은 극적으로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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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신군부가 군권을 장악한 12·12에 대한 평가는 민주화 전후를 기해 확연히 갈렸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1982년 국사교과서는 “북한 공산군의 남침 위기에서 벗어나고 국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각 부문에 걸쳐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다”고 적었다. 노태우 정권 때 1990년판도 “10·26 사태 이후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12·12사태가 일어났다”며 ‘사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면서도 불가피한 과정인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6년 교과서부터 “1979년 12월12일 이른바 신군부 세력이 일부 병력을 동원해 군권을 장악하고 나아가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며 ‘신군부의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매우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2002·2007년판은 “국민은 민주화를 요구하였으나 12·12사태로 군사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은 이를 억압했다”고 지적했다.
◆5·18
1980년대 이후 가장 평가가 엇갈린 것은 5·18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혼란상을 부각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김영삼 정권 이후부터는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했다.
1982년판은 5·18을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10·26 사태 이후 한때 혼란 상태가 나타났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라며 혼란상만 강조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나온 1990년 교과서에는 10·26사태 이후 혼란상은 물론 5·18에 대한 언급도 함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이후 급변했다. 1996년판 교과서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며 “이때 민주주의 헌정 체제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진압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으며, 이 과정에서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도 살상되어, 국내외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평가
전두환 정권의 1982년판은 “제5공화국은 정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비능률, 모순, 비리를 척결하는 동시에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민주 복지 국가 건설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장래는 밝게 빛날 것”이라고 극찬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만들어진 1990년판은 “제5공화국은 정의사회의 구현과 복지사회 건설을 이념으로 내세웠으나, 여러 가지 부정과 비리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하지만 이후 교과서들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과 인권 문제, 각종 부정과 비리로 국민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1996년판)고 강하게 비판하거나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면서 언론 통폐합, 삼청교육대 등으로 인권을 유린했다”(2006년판)고 꼬집었다. 노태우 정권에 대해선 집권 당시 출간된 1990년판은 “지방자치제 실시 등 정치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제24회 서울올림픽을 개최해 국위를 선양했고 북방외교를 활발히 전개했다”고 긍정 서술했다. 하지만 1996년판 이후에는 “오래 지속된 권위주의 체제의 후유증과 민주화로의 이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혼란” 등으로 비판적으로 서술됐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김영삼 정권에 대해 1996년판은 “공직자의 재산 등록, 금융실명제 등을 법제화하고,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였다. 또 사회의 누적된 모순을 제거하면서 민주화와 세계화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2006년판은 ▲공직자 재산등록 ▲금융실명제 ▲역사 바로세우기 등에 대해 호평하면서도 “집권 말기에 국제 경제여건의 악화와 외환 부족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고 외환위기를 둘러싼 대응을 비판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편찬된 2006년 교과서는 김대중 정권에 대해 “외환위기 극복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천명하였고,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하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북한 및 통일관련 기술
북한 및 통일 관련 기술도 정권에 따라 춤을 췄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인 1974·79·82년판은 분단 과정과 북한의 남침, 만행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반면 통일에 대한 기술은 거의 없고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식으로만 적었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0년 교과서는 북한의 남침을 비롯한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면서도 ‘평화통일의 노력’이라는 별도 항목을 신설해 7·4남북성명이나 1980년대 이산가족 고향 방문 등을 싣는 등 남북 대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김용출·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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