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시아파 유력 성직자들에 대한 사형집행에 격분한 이란 시위대가 전날 수도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이슬람 두 패권국이 정면충돌하면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은 물론 국제유가 등 세계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일 밤늦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우디는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사우디 주재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이내 본국으로 떠나라”고 통보했다. 사우디 정부는 테헤란 주재 자국 외교관들에게도 즉시 귀국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와 이란의 단교 조치는 1988년 4월 이후 28년 만이다. 사우디 정부는 1987년 7월 메카 순례객 402명이 경찰과 충돌해 이란인 275명이 숨진 뒤 테헤란 시위대가 자국 대사관을 공격하자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었다. 이번 단교 조치의 직접적 계기는 당시와 비슷하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외교공관에 불을 지르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신의 복수”를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사우디는 “이란이 사우디 안보를 해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단교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4일 “사우디의 단교 조치가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처형이라는 엄중한 실수를 덮진 못한다”며 “사우디는 전략적 실수와 섣부른 접근으로 중동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우디의 단교 선언에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긴장완화를 위한 양국 정부 간 직접대화를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우디의 집단 사형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이란 시위대에게도 자제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사우디 정부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크게 출렁였다. 4일 오전 한때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지난달 31일)보다 2.11% 오른 배럴당 37.82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 원유 역시 전장보다 2.44% 오른 38.1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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