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뻥튀기 통계로 국가신뢰 잃어 통계 오류는 필연적으로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각종 통계가 국가 정책의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의도성이 개입한다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라가 거덜난 그리스가 대표 사례다. 이 나라의 재앙은 통계조작으로 시작됐다. 2000년 6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고 통계조작을 감행했다. 공무원들은 컴퓨터를 두드려 수치를 조작해 재정적자를 숨겼다. 관광산업과 조선업뿐인 그리스 경제는 화려하게 분칠됐다. EU 무대에서 여타 유럽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처럼 ‘스펙’이 재구성됐다.
2009년 9월 집권한 그리스 사회당 정부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과거 정권의 재정통계가 엉터리”라고 고백했다. 그리스 파산의 시작이자 유럽 위기의 서곡이었다. 그리스 신용등급은 강등됐고 국채 값은 폭락했다. 통계조작으로 성공한 EU 가입은 잘못 끼운 단추였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환율 조절 능력을 잃은 채 ‘흥청망청 파티경제’를 즐겼다. 결과는 국가부도였다.
중국도 만연한 통계조작으로 국가신뢰도를 까먹는 나라다. 통계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가짜통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마젠탕(馬建堂) 통계국장은 업무회의에서 “통계자료 조작은 정부공신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정책입안과 집행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다”고 밝혔다. 통계조작의 위험성을 함축한 말이다. 예컨대 2010년 중국 직할시 등 31개 지방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국가 GDP보다 3조5000억위안(594조2700억원)이나 많다. 지방정부의 ‘통계 뻥튀기’가 심각한 것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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