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후보 등록을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불출마를 선언,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 시장은 당내 친윤(친윤석열)계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밀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쓴소리를 남겼다. 유 전 의원도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 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친윤·탄핵 반대 세력을 비판했다. 본지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주자 가운데 중도층 지지율(14%)이 가장 높았다. 이들이 경선에 참여했다면 당의 외연 넓히기와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방치하고도 대선 승리를 원한다고 말할 수 있나.
국민의힘은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당내 혼선을 해소하지 않고는 단일대오로 대선에 임할 수 없다. 경선에 나선 탄핵 찬반 후보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승자의 손을 맞잡아주면 ‘탄핵의 강’을 넘어설 수 있다. 주자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반전의 경선 드라마를 쓰면 승리한 후보의 본선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그런데 경선 참여 의사도 밝히지 않은 한덕수 변수가 돌출되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시작도 전에 동력을 잃고 있으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내부 기득권 싸움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불리한 대선 구도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여러 국민의힘 주자들이 ‘반(反)이재명’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상황도 답답하다. 어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번 대선은 화려한 전과자 이재명 후보와 풍부한 경륜의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 후보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는 출마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런 ‘반이재명’ 구호는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라는 주문처럼 이 전 대표의 압도적 경쟁력만 부각한다. ‘반이재명’ 구호를 외치면 외칠수록 ‘이재명이 강하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돼서 치러지는 선거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사태에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 주자라면 ‘이재명’을 거론하기에 앞서 ‘윤석열 보수’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 벼랑 끝에 선 보수의 쇄신과 재건을 약속해야 한다. 이재명 네거티브만으로는 외연 확장도, 본선 승리도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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