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기고 온 거니까…” 발언도 논란
법정 촬영 불허 등 특혜 시비 없애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첫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서 해제한 사건을, 조서를 공소장에 박아 넣은 듯한 이런 구성을 내란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참 법리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공소장에 담은 군·경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은 검찰 유도에 의한 진술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파면 후에도 여전한 비현실적·일방적 주장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에서도 탄핵심판 때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군인에게 민간인과의 충돌은 피하고 실탄은 안 된다고 지시한 만큼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군정을 실시하려는 계엄이 아니라는 것은 진행경과를 보면 자명하다”고 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봉쇄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고 국회의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직도 비상계엄 선포·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건, 비상계엄 선포가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이라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 퇴거 메시지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에 대한 사과나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사저 앞 주민들에겐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라는 말까지 했다. 자신의 실패마저 승리라고 우기는 건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사람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탄핵 이후에도 달라지거나 반성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으니 개탄스럽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가하고 언론의 법정 내 촬영을 불허했다.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공개 출석하고 법정 촬영도 이뤄졌던 것과는 딴판이다. 더구나 이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리를 내세워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바 있다. 재판 시작부터 공정성을 의심받으면 안 된다. 윤 전 대통령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